[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최근 대표교섭권 및 파업권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다른 노조와 연대하는 등 '전열 정비'에 나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전삼노는 전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오늘 2노조(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를 만나 파업 관련 불안요소(타노조 개입 등)를 제거하고 안정적인 투쟁을 위해 2노조에서 전략적 교섭을 요구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해 8월 대표교섭권을 확보하고 1년간 교섭을 체결하지 못해 지난 5일까지만 대표교섭노조 지위가 보장됐다. 이에 현재 삼성전자 내 다른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을 진행하거나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파업권 역시 잃을 수 있다. 이에 향후 투쟁의 불확실한 요소를 지우기 위해 선제적으로 2노조에 교섭 신청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삼노에 따르면 아직 교섭을 요구한 노조는 없는 상태다. 여전히 전삼노가 대표교섭 노조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최근 사무직노동조합(1노조)와 통합해 최대 노조이자 1노조가 된 전삼노 외에도 △구미네트워크노조(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 4개의 노조가 있다.
전삼노 측은 이날 "현재 파업권을 가지고 있지만 만약 교섭 요구가 들어오면 파업권이 없어진다"며 "(이런 상황 발생 시) 파업 중에 현장 복귀를 바로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불법 파업이 된다"고 전했다. 이어 "타 노조에서는 교섭 요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있었지만 3노조(동행노조)의 경우 아직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며 "신규 노조 설립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동행노조는 지난 7월 사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기대했던 대표 노동조합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며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강성 노조의 힘은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고 전삼노의 파업을 비판한 바 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동행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돼 왔다.
6노조의 등장 가능성도 전삼노 입장에서는 불안 요소다. 전삼노 측은 "집행부는 이런 불안정한 상태에서 파업을 이어가기보다 해당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다시 파업권을 획득해 장기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예고대로 2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신청하면 사측은 즉시 모든 노조에 해당 사실을 공지할 예정이다. 사측은 복수노조 체제에서 개별 교섭의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노조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현재 3만6000여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전삼노가 다시 대표교섭권을 가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편 지난 5일 총파업에 돌입한 지 25일 만에 현업에 복귀한 전삼노는 이후 게릴라식 파업 등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앞서 지난 15~18일 나흘 간 연휴에도 파업에 나섰다. 다만 이번 연휴 기간 원래 휴가를 계획한 직원이 많았던 만큼 생산 차질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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