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이수현 기자]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정비사업 절차 간소화와 용적률 상향으로 재서울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12년 만에 서울에 인접한 그린벨트를 풀어 신규 택지를 발굴해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틀을 공개했다.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非) 아파트 활성화를 꾀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나간다는 방향성도 재확인했다.
이런 방식을 동원하면 향후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주택 공급계획 물량'을 발표하는 부동산 대책은 그럴 듯 해 보이지만, 실제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명분으로 재건축·재개발의 절차 간소화와 용적률 완화 등을 꺼내들었는데, 전반적으로 사업추진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효과를 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입지나 조합원과 시공사 등 사업주체들의 성향 등이 감안된 사업성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욱이 대부분의 대책은 법규에 반영이 돼야 하는 사안이어서 야당과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부각되는 지점이다.
◇"연간 몇차례씩 반복하는 주택 공급확대책"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핵심은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 공급과 적정 수준의 유동성 관리"라며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주택 수요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통해 올해부터 2029년까지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2년 만에 서울의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등 서울과 수도권의 신규 택지를 발굴해 8만가구를 공급하고 △토지 효율성 제고로 종전 대비 2만가구 추가 확대 △신축 매입 11만가구 △무제한 신축 매입 등을 통해 21만가구를 공급한다. 또한 이미 추진 중인 사업들은 속도를 높여 △ 정비사업의 13만가구 조기 착공 △ 1기 신도시 4만6000가구 조기 착공 △매입 확약 3만6000가구 조기 착공 △ 선분양 전환으로 5000가구 조기 분양 등으로 21만7000가구를 공급한다.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상승의 근저엔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현상이 있기 때문에 규제 완화와 신규 택지 등으로 주택 공급물량을 확대하겠단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이번 대책처럼 주택 공급 위주의 발표는 실현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택 가격 상승은 전국이 아닌 서울 중심으로 전 고점 대비 가격 회복 또는 넘어서면서 전반적인 거래량이 종전 대비 증가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위축됐던 시장이 현시점에서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현 시점에서 정부가 공급이니 특단의 대책 등을 반복해서 강조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획기적인 방안, 큰 공급 규모의 '숫자' 등이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끼치기 어렵다"며 "이미 발표된 공급계획과 규제 완화계획을 꾸준하게 현실화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가격상승세는 막기 어려운데"…시장 효과는 '글쎄'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최근 치솟고 있는 서울 주택 시장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날 발표된 대책 상당수가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어서 실제 주택이 착공되거나 완공하기까진 적어도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붙은 수요자의 매수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지금 수요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당장 살 수 있는 주택"이라면서 "수요자가 선호하지 않는 비아파트를 제외하고, 그린벨트 해제 등 발표된 대부분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 시장을 조기에 안정시키는 데는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수요자가 있어야 하는데, 아파트에 쏠린 주택 수요를 분산하는 대책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면서 "중장기적 방향이 다수 제시된 만큼 당장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정비사업 간소화 용적률 상향…"실현 가능성 변수 많아"
정부가 내놓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주택 공급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 그래야 사업시행·관리처분 인가를 일괄 인가 등 절차 간소화 등이 가능해진다.
또 용적률을 법적 상한 기준보다 높여줘 역세권 사업의 경우 최대 360%로 높이고 조합과 1주택 조합원의 취득세도 최대 40%까지 감면해주는 부분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재건축부담금 폐지 역시 국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정부는 각종 정비사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 중 시행령 개정으로 처리 가능한 것을 우선 조치하겠다지만, 특례법 제정과 재건축부담금법안 폐지 등은 야당과 협치가 필요한 대목이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대책에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인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재개발 촉진법 제정과 도시정비법 개정안 등의 국회 통과 속도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법이 시행된다고 해도 막상 규제 완화의 혜택은 사업성이 좋은 일부 단지에 크게 나타날 수 있어 그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비사업 추진 단지에 대해 용적률과 임대주택 비율을 완화하는 등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담긴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이전부터 사업성이 좋았던 단지는 정부 대책으로 사업에 더 탄력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은 정부 대책의 반사이익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막상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한다 해도 현재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갈등과 같은 현안이 더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 사업 추진 속도가 얼마나 높아질지도 미지수다.
김 소장은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면 정비사업 추진 속도는 일부 빨라질 수 있다"면서도 "공사비가 치솟아 조합 내 갈등 또는 조합과 시공사 갈등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비사업 속도가 획기적인 속도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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