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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강행→대통령 거부권'…늪에 빠진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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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강행→거부권→재표결→자동폐기' 악순환
'방송4법 이어 '노란봉투법·25만원 지원법' 대기
여야 감정 싸움으로…본회의장서 막말·욕설까지
9월 정기국회·10월 국감도 정상 진행 어려울 듯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회의 진행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회의 진행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22대 국회가 '입법 강행→대통령 거부권' 늪에 빠져 의미 없는 소모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회의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5박 6일간 필리버스터까지 펼쳐졌지만, 야당의 '입법 열차'는 또다시 출발을 예고하고 있다. 극한 대립이 거듭되면서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달은 거대 양당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막말과 욕설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까지 왔다.

야당은 30일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모두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총 발언 시간만 111시간을 넘어섰다.

방송4법 중 첫 번째 본회의 상정 법안인 방통위법 추진 전부터 여야 갈등은 첨예했다.

야당이 공을 들인 채상병 특검법이 결국 부결되자,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선 해병대 예비역들의 고성과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개판"이라며 막말을 던졌고, 불쾌감을 드러낸 우 의장의 맞대응으로 본회의장은 한순간에 '전쟁터'로 바뀌었다.

필리버스터 과정에서도 여야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방송법 관련 법안 표결을 제외하고 본회의장은 일부 여야 의원들만 자리를 지키며 썰렁한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필리버스터 도중 격한 감정을 드러내는 상황이 벌어졌고, 급기야 욕설이 튀어나오기까지 했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필리버스터 도중 "우리 당의 법률 개정에 대해서 이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고 말했다. 이어 이학영 부의장의 존재를 확인한 직후 "이 부의장 없으면 나쁜 말을 한 번 쓰려고 했다"면서도 마이크를 치우곤 "이런 정말 이 XX들이"라고 발언했다. 이 부의장은 "의원님들, 국민들은 다 보고 있다"고 말렸다.

필리버스터를 발동해놓고 퇴장한 국민의힘도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박 의원 발언 도중 우 의장은 국민의힘 의석을 쳐다보며 "방송법 반대를 주장하는 것은 얼마든지 해도 좋지만, (방송법을) 찬성하는 발언을 하면 누가 한 명이라도 와서 들어야 어떤 논거로 찬성하는지 당에 전달할 것 아닌가"라면서 "한참을 지켜보니 단 한 명도 없는 것은 유감스러운데, 그렇다면 필리버스터를 제기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야당의 '방송 4법' 강행처리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야당의 '방송 4법' 강행처리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이런 진통끝에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은 결국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수순을 밟게 됐다. 방송4법 처리 직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부결된 법안을 또다시 일방으로 밀어붙이는 이상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여야가 합의해서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실 입장"이라며 재의요구를 시사했다.

결국 방송법은 지난해 12월 대통령 재의요구에 따른 재표결 진행 결과 부결돼 자동 폐기된 것과 똑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 강행→거부권 행사→재표결서 부결→자동폐기'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다음 '입법 열차'를 준비 중이다. 이미 대통령 재의요구가 행사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 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이다. 특히 민생 지원금은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총선 당시부터 공약한 민생 법안으로, 당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당장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31일 두 법안에 대한 심사를 예고했고, 향후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기정사실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 법안 모두 정부여당이 난색을 드러내는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법과 마찬가지로 거부권이 예상되고 있다.

여야 합의 없는 입법 추진은 곧 필리버스터 발동으로 연결된다. 추 원내대표는 앞으로 여야 숙의 과정 없이 통과된 법안에 대해선 모두 '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다. 추 원내대표는 "국회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민주당이 상임위 숙의 절차를 무시하고 다수의 힘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라며 야당에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치권에선 노란봉투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안이 오는 8월 1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민주당 일부에선 8·18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 추진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생 지원금의 경우 이 후보의 핵심 공약인 만큼, 당대표 연임이 확정된 이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 당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31일 법사위에 노란봉투법과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안이 상정되는 것은 법안 추진을 위한 준비 단계라고 본다"며 "본회의에 올라갈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8·18 전당대회 이후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19일이 남은 만큼, 결국 여야는 '채상병 특검·방송4법' 국면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2차전에 돌입하는 셈이다. 이 대치 국면에서도 역시 입법 강행에 대한 악순환 절차가 재연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권에선 거대 정당을 향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우 의장은 방송4법의 마지막 법안인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처리 직후, 여야 의원들을 향해 "국회는 서로 다른 세력 간 대화와 토론의 장으로서 여야 정당만이 아닌 정부여당과 야당이 대화하고 타협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며 "의장으로서는 무엇보다 지금 이대로라면 국회 안에서 대화와 타협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갈등에 대해 무감각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단편적으로 필리버스터 당시 법안과 다른 내용을 언급하면 항의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새 '당연하다'라는 인식만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번번이 충돌하고 파행되는 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봐선 9월 정기국회 나아가 국정감사도 정상적으로 끝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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