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흔들리는 당을 어떻게 잡겠다는 소리는 안 들린다."(국민의힘 당원)
"정부를 자꾸 음해하고 신뢰를 깎아내리기 위한 야당의 정치 공세에 당이 맥을 못 추고 있다."(국민의힘 한 초선의원)
"공방이 지루하게 계속되면 당원과 국민들에게도 굉장히 짜증나는 일."(국민의힘 한 원외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중반을 넘어가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차기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016년 탄핵 사태'가 재연될 조짐이지만 정작 당대표 후보자들은 애먼 '김건희-한동훈' 문자 사건 공방만 이어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4일 언론 최초 보도로 촉발된 이 논란은 지난 9일 첫 후보자 토론회도 집어삼켰다. 한동훈 후보는 '김 여사 문자를 무시했다'는 자신에 대한 공격을 방어하고 재차 역공을 펴는 한편, 나머지 후보들은 갖가지 이유를 들면서 한 후보의 '정치적 미숙함'을 때리는 데 시간 상당수를 할애했다.
특히 나경원 후보는 첫 주도권 토론에서 주어진 시간 7분 중 거의 모두를 한 후보를 때리는데 사용하면서, 사회자가 이를 제지하는 모습까지 연출되기도 했다.
이같이 토론회 전반이 책임론 공방을 넘어 '김 여사의 속마음이 대체 무엇이었는지'도 들춰내야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전개되면서, 이튿날 당 내부에서는 '흔들리는 당을 당대표가 어떻게 잡을지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위기 상황'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특히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청래 위원장 등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이 상정되고, 나아가 법사위가 청문회 실시를 의결하며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야당발 '윤 대통령 탄핵 공세'가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다.
한 초선 의원도 당을 둘러싼 외부 상황이 엄중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날 기자에게 "당이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야당이 의도적으로 '탄핵'이라는 단어를 끊임없이 쏟아내는데, 지금 정부를 자꾸 음해하고 신뢰를 깎아내리기 위한 야당의 정치 공세에 당이 맥을 못 추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것(탄핵과 같은 야당의 정치 공세)에 우리가 굴복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 대통령이 된 사람인데, 탄핵은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당권주자들은 야당의 이같은 윤 대통령 탄핵 공세에 대해 '부당하다'고 비판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되치기'에 나설 지는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나 후보가 토론회 초반 1분 PR 시간에서 "국회가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의결했다"며 "지금 민주당은 국회를 기반으로 온갖 폭주를 벌이고 있다. 지난 2019년 원내대표로서 국회 투쟁을 이끌어 본 저 나경원이 독하게 맞서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원내 후보'인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는 차원에 불과했다.
당 구성원들 사이에는 이런 당권주자들을 보며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탄핵 공세가 헌법·법률적으로 얼토당토한 주장 아니냐"며 "그 문제에 관해선 네 후보 모두가 아마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토론회에서 그런 질문이 없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민주당 공세의) 부당성을 설득한 부분이 없었던 것은 아쉽다"고 했다.
그는 토론회가 '한동훈-김건희 문자 논란'으로 뒤덮인 것을 두고도 "전대 시점에 어느 누구한테 유리할지는 도저히 알 수 없어도, 이러한 무리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은 굉장히 문제"라며 "공방이 지루하게 계속되면 당원과 국민들에게도 굉장히 짜증나는 일"이라고 했다.
당대표 후보자들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 와중에 원내지도부는 이날도 민주당 탄핵 시도 문제점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부산·경남 지역 합동연설회에 향하기 전인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주당의 행태는) 한마디로 헌법과 법률을 파괴하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폭거이자 국론을 분열시키는 망동"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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