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우리카드가 카드 발급 시스템의 오류를 인지하고도 장기간 이를 활용해 개인사업자 카드를 발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상급자들이 설계사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주며 카드 발급을 독려한 정황도 확인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30여명의 우리카드 설계사들이 지난 2022년 10월께부터 개인 고객들에게 개인사업자 카드를 발급한 사실이 내부 조사로 적발됐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개인정보를 유출한 우리카드를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카드도 내부적으로 사업자 카드 영업을 살펴본 결과, 설계사들의 비정상적인 영업을 적발했다. 카드 발급 과정에서 발급자의 신원 확인을 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자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선 사업자 번호를 확인해 실제 개인사업자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산 시스템을 통해 사업자 번호 10자리 숫자를 확인하는 과정이 있다. 하지만 우리카드 시스템에선 숫자들을 임의로 넣어도 걸러지지 않는 오류가 있었다.
한 우리카드 설계사는 "10자리에 0을 모두 채워 넣어도 사업자 카드를 발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며 "사업자 카드에 대한 프로모션 기간에 맞춰, 윗선에서 이런 방법을 알려주고 영업을 유도한 게 이 방식의 시작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소장 이상의 인물이 일부 설계사들에게 이런 문제를 알려주며 카드 발급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대구·경북영업센터 소속 설계사만 30여명이 적발됐다. 실적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이런 영업을 계속 이어온 것으로 추정한다.
관련 설계사들도 실적을 위해 잘못된 영업을 한 것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당시 우리카드는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사업자 카드를 발급하면 일반 카드 수당보다 실적을 10%를 더 인정해 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본부에서 실적을 위해 설계사 팀에 이런 사실을 고의로 흘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 개인사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점도 카드 실적을 올리려는 것과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올해 1~4월간 우리카드 가맹점 대표자의 개인정보 약 7만5000건이 카드 모집인에게 유출됐다. 유출된 정보는 가맹점 대표자의 이름과 전화번호, 우리카드 가입 여부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해당 카드는 개인신용카드로 내부 심사 기준을 충족하면 사업자번호 입력 여부와 관계없이 발급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개인사업자 대상 특화 상품인 만큼, 향후 사업자등록증을 받았고 전산 프로세스도 개선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현재 관련 설계사들을 해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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