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거래 첫날 공모가보다 9.5% 높은 가격(23달러, 약 3만17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순조롭게 데뷔전을 치렀다. '콘텐츠 제국' 디즈니처럼 웹툰엔터테인먼트도 100년 넘게 운영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포부의 중심에는 약 20년 전부터 웹툰 사업을 이끈 김준구 대표가 있었다.
◇평사원으로 입사한 '만화광'…美 상장사 웹툰엔터테인먼트 창업자로
김 대표는 2004년 27살의 나이에 네이버(옛 NHN)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네이버웹툰 최고경영자(CEO), 웹툰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이자 CEO로 이름을 올린 입지전적 인물이다. 웹툰 사업이 규모를 키워가면서 2015년에는 1호 사내독립기업(CIC)이 되고 2017년에는 네이버의 자회사로 독립한 뒤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성장을 일궈냈다.
검색 개발자로 근무하던 그였지만 만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웹툰 사업을 키운 원동력이었다. 김 대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만화책을 모아 소장하고 있는 만화책만 1만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화광'이다. 입사 후 자진해서 웹툰 서비스를 맡았다고 한다. 이후 '입시명문사립 정글고등학교', '마음의소리' 등 흥행작을 발굴하며 웹툰 전성기를 이끌었다.
'패션왕', '복학왕' 등으로 유명한 웹툰 작가 기안84는 한 예능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과거 김 대표의 원고 독촉을 떠올리며 "준구 형님 아니었으면 나는 이렇게 못 살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웹툰 작가가 작품 활동에만 전념해도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면서 성과를 거뒀다.
기존에는 원고료가 작가 수익의 전부였던 데서 콘텐츠 유료 판매(향후 공개될 웹툰 회차를 유료 결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미리보기' 도입 등), 작품 내 광고, 지식재산권(IP) 사업(웹툰 원작 2차 콘텐츠 사업화 지원) 등으로 넓히며 작가와 네이버가 관련 수익을 나눠 가지는 구조를 구축했다.
◇"상장 결정되고 울컥…개인적으로 좋아해서 시작했지만 이 악물게 한 계기도"
지난 27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 후 기자들과 만난 간담회에서 김 대표는 소감을 물은 질문에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난다"면서도 "다만 상장이 결정되고 나서 되게 울컥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서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어떤 만화가 교수님이 제게 전화를 하신 적이 있다"며 "A라는 작가가 만화가라고 인터뷰를 했는데 웹툰 작가가 무슨 만화가냐, 만화가라고 인터뷰하지 못하게 하라고 해서 제가 이를 악무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서 만화나 웹툰을 본다는 걸 다른 사람들한테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웹툰 작가라는 직업도 선망받는 직업이 되도록 하고 싶었다"며 "웹툰 시장이 산업으로서 인정받도록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아직 그 단계까지 왔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상장을 계기로 이 목표를 향해 더 빠르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웹툰 성공신화 주역' 보상에 눈길…현금 보너스만 410억원대, RSU 제외해도 900억원 상당
2005년 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웹툰은 약 20년 만에 미국 뉴욕증시에 입성하게 됐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나스닥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김 대표는 막대한 보상을 받을 전망이다. 상장 전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는 현금 보너스만 3000만 달러를 받는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약 414억원에 이른다.
상장 완료를 조건으로 회사 보통주 1만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도 부여 받기로 했다. RSU는 경영 성과에서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제도로, 네이버는 2022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도 있다. 김 대표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1670주를 11.04달러(약 1만5000원)에 살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공모가 21달러(약 2만9000원)를 기준으로 보면 약 3448만 달러(약 475억원)의 이득을 본다. 따라서 당장 사고팔 수 없는 RSU를 제외하더라도 900억원 상당의 보상이 주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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