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연루된 의사가 1000명을 넘어서는 대규모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휩싸인 고려제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고려제약은 연매출 800억원대의 중견 제약사인데, 불법 리베이트가 업계 고질적 폐단으로 지적돼 온 만큼 경쟁사를 포함한 다른 제약사까지 수사의 칼날이 확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1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관련 수사 상황에 대해 "경위 확인이 필요한 대상을 의사 기준 1000명 이상 확인했다"며 "현금을 직접 받았거나 가전제품 등 물품 또는 골프 관련 접대를 받은 경우"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에 대해선 금품을 제공받은 경위를 확인하는 작업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소명 내용에 따라 입건자 수는 1000명 다 될 수도 있고 덜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리베이트 금액에 대해 "많게는 수천만원이고 적게는 수백만원"이라며 "관련 법률에 따라 일정 액수 조건 이하에서는 받을 수 있지만 1000여 명이라는 숫자는 그 범위를 넘어선 경우를 추린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고려제약은 지난 1980년 창립해 연매출 800억원 안팎을 올리는 중견 제약사다. 지난해엔 매출 810억원, 영업이익 180억원을 기록했다. 박해룡 회장과 그의 아들 박상훈 사장이 각자 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은 뇌전증·파킨슨병·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 중추신경계(CNS) 의약품이다. 처방 패턴이 쉽게 바뀌지 않는 CNS 의약품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지만, 이미 진입한 후에는 안정적 매출이 유지되는 분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병원, 의사 등을 상대로 한 영업이 중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경찰이 고려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사건에 관련된 병원과 의사가 상당수일 것이란 관측이 파다했다.
경찰은 리베이트에 관여한 고려제약 사장과 임직원 등 8명을 약사법 위반과 배임증재 혐의 등으로 입건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고려제약과 CNS 시장에서 경쟁하는 명인제약, 환인제약 등 경쟁사는 물론 제약업계 전반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전부터 불법 리베이트 문제가 제약업계 고질적 병폐로 지목된 만큼, 고려제약 한 곳의 단순한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탓이다.
조 청장은 "제약회사가 의사들에게 금품 등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게 단순 고려제약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인다"며 "세무 당국과 협의해서 수사를 확대하는 것도 전혀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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