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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정]이통사 설전에 소비자는 '심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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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혜정기자] "아이고 의미없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놓고 이동통신사간 갈등이 첨예하다는 기사를 썼더니 이같은 댓글이 가장 많이 달렸다. 이통사들은 소비자의 편익과 공정한 시장 환경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는 데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심드렁하기만하다.

감탄사 수준으로 뱉은 말인 것 같지만 소비자들은 누구보다 이통사 경쟁의 현 주소를 잘 꼬집는다. 그들은 이통사의 이번 충돌도 밥그룻 싸움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

내년 초 SK텔레콤은 케이블TV 방송과 자사 모바일을 묶은 결합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는 케이블TV와 상생방안 중 하나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자회사 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IPTV를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동등결합은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가 SK텔레콤의 결합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은 IPTV사업자가 아니라 재판매 형식으로 이를 판매할 수 없는데 위탁판매라는 꼼수로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을 유선 시장까지 넓히고 있다는 것.

반면 SK텔레콤은 결합상품으로 소비자 편익이 1조원에 이르고, 적법한 절차로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KT와 LG유플러스가 동등결합을 빌미로 경쟁사 발목을 잡는다고 반박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을 "무면허 방송사업자"라고 일갈했고, SK텔레콤은 두 회사에 "비판의 십자포화를 받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사실 글로벌 시장 진출이 어렵고 규제 덫을 피해 가야하는 이통사로선 늘려야 하는 파이보다 지켜야 하는 파이가 우선일 수 있다. 기업의 선은 이윤인데 여론과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감정적인 대응책도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도 적절한 타이밍과 명분이 필요하다. 최근 KT와 LG유플러스가 협대역(NB)-IoT 협업을 발표하며 SK텔레콤의 IoT 전용망 '로라'를 공격한 것은 방식은 투박해도 서로에게 자극제로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유료방송발전방안 중 하나로 통신사와 케이블 방송사간 동등결합을 논의하는데 이참에 특정 통신사의 결합상품에 제동을 걸겠다는 건 수가 얕다.

이통사는 유형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제품 출시로 경쟁력이 좌우되는 하드웨어 기업보다 브랜드 이미지 확립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이통사 분기 영업이익이 3사 합쳐 1조원으로 정체된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은 단통법으로 이통사만 수혜를 입는다고 생각한다. 재무제표를 보기에 앞서 '밥그룻 싸움만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혔기 때문이다.

이통 3사는 실적발표 때마다 가입자 유치 경쟁이 아닌 플랫폼에서 미래를 보고 있다고 얘기한다. 이 공언이 공수표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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