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새누리당이 계파 간 대혈투에 돌입했다. 친박계 중심의 지도부가 비박계의 즉각퇴진 요구를 거부하며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밝하면서다.
특히 비박계는 이정현 지도부를 대체할 제3의 의사결정기구인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14일 오전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각자 회의를 진행하면서 '한지붕 두가족'의 모습을 고스란히 연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회의를 열고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거절하며 내년 1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열겠다는 기존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대표의 퇴진을 촉구해온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질서있는 국정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별도로 열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국정의 정상화를 원하고 있다"며 "국회는 예측가능한 위기 수습 로드맵을 국민께 제시해야 한다"고 사실상 이 대표를 겨냥했다.
◆비박계, '임시지도부' 구성해 지도부 압박
같은 시각 비박계 의원들은 당내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회의를 대체할 비상시국위원회 구성안에 대해 논의했다.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나경원, 오신환, 김세연, 김현아, 장제원, 김재경, 하태경, 정양석, 이종구, 이학재 의원 등은 당 지도자급 인사와 시도지사 등이 포함된 대표자회의와 실무를 논의할 실무위원회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황영철 의원은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하는 현 지도부를 대체하는 그런 역할을 분명히 당내에서 해야 한다"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임있는 운영체제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상시국위원회는 내년 1월에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겠다는 당 지도부 방침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국민과 당원의 신임을 받지 못하는 이 대표가 거국내각에 참여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안이다.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상황이 이렇자 이 대표는 최악의 상황을 막고자 비박계 초·재선의원들과 잇따라 회동을 열고 설득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초선모임 간사인 박완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로드맵을 내서 사퇴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것은 진일보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는 이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났는데 너무 느슨하게 대처했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됐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