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기자] 정부가 투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서울과 경기, 세종시에서 전매·1순위·재당첨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정비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 입찰·용역비 공개를 확대하고 청약시장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상시 점검팀,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한다.
국토교통부는 3일 관계기관 협의 및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이같은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화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특히 서울 강남 4구와 과천시는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이 현행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등기 완료 때까지로 늘어났다. 4개구를 제외한 서울시의 나머지 21개구와 경기도 성남시는 현행 6개월에서 1년 늘어난 1년 6개월로 연장된다.
서울과 세종시, 경기·부산 일부 지역은 ▲세대주가 아닌 자 ▲5년 이내에 다른 주택에 당첨자가 된 자의 세대에 속한 자 ▲2주택 이상을 소유한 세대에 속한 자 등을 청약 1순위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등 청약 요건도 강화했다. 이미 청약에 당첨된 자는 5년간 재당첨도 제한된다.
전매제한 규제는 이날 입주자 모집 공고분부터 시행한다. 1순위·재당첨 제한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이달 중순까지 개정한 뒤 시행일 이후 입주자 모집 승인 신청분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규제 대상 지역에 단기 투자 수요가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중도금 대출 발급 요건을 강화해 계약금 납부 기준을 분양 가격의 5%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바꿨다. 또 현재 청약 신청금만 내면 됐던 2순위도 청약통장이 있어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1순위 청약은 당해 지역과 기타 지역으로 분리, 운영하기로 했다. 1일차 당해 지역에서 순위가 마감되면 당첨 가능성이 없는 기타 지역 청약을 받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청약 경쟁률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청약 가점제 자율시행'은 유보, 가점제 적용 비율을 40%로 유지한다.
청약시장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관계기관 합동 상시 점검팀도 설치한다. 상시점검팀, 실거래 신고 조사반, 불법 청약 조사반, 중개사법 조사반 등 4개 반으로 운영해 다운계약, 불법전매, 청약통장, 떴다방 등을 단속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실거래가 허위 신고 포상금제와 자진 신고자 과태료 감면 제도도 도입한다. 부적격 당첨자와 전매제한 기간 내 불법 전매자에게는 1년 간의 청약 제한 기간을 적용한다.
실수요자 금융 지원은 강화된다. 무주택 서민을 위한 디딤돌 대출은 차질 없이 공급할 계획이다. 최근 중도금 대출은행을 구하지 못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 분양주택은 중도금 납부 시기를 4~8개월 유예할 계획이다.
정비사업의 경우 경쟁 입찰을 확대하고 용역비를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인다. 대다수 용역이 지명 경쟁이나 수의 계약으로 선정되고 비용 정보 공개 범위가 한정돼 불법·분쟁이 난무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번 대책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맞춤형 청약 제도를 통한 청약시장 과열 완화 및 실수요자 당첨 기회 확대와 과도한 단기 투자 수요 유입 차단을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별·주택 유형별 시장 분석을 토대로 과열의 원인과 지역적 범위 등을 진단해 이에 적합한 맞춤형 처방을 마련하게 됐다"며 "이번 대책 적용 지역은 향후 과열이 심화될 시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잠재 수요자에게 착시현상을 줄 수 있기에 지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랭하지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부동산의 과열을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는 대책이라며 특히 강남 4구 등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것에 대해서는 예상치 못한 강도 높은 규제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 국한한 규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도 이번 대책에서 제외돼 전국적인 투기 광풍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의 특징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서울 등 수도권과 지방 일부 지역에 대한 선별적 미세 조정으로 정책 강도를 조절했다는 점"이라며 "청약 가수요로 부풀려진 거품이 다소 해소되면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당첨 기회와 분양가 부담이 낮아지는 순기능도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에게는 분양시장의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함 센터장은 "재건축 가격 급등 열풍의 진앙지였던 서울 강남 4구와 경기 과천시는 아예 소유권 이전등기 시까지 분양권 전매를 할 수 없다"며 "분양권 전매시장이 통째로 증발되는 것이어서 전매거래 축소, 고분양가 행진 제동과 청약 경쟁률 하락 등 시장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정부 대책은 예상보다 강도 높은 수요 조절 대책"이라며 "주택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완전 재편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를 받지 않는 지역에서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지만 전체 분위기가 위축되면 이 효과도 1년 이상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정기자 jh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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