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포스트 애플을 꿈꾸며 과일이름으로 회사 이름을 지은 겁니다. '포도'와 열매를 맺게 하는 '나무(트리)'를 합쳐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황현수 포도트리 사업총괄 이사는 그렇게 회사 이름에 숨겨진 의미를 설명했다. 친숙한 과일이름에는 캐주얼하고 자유로운 문화와 혁신의 정신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0년 7월 설립된 포토트리는 모바일 콘텐츠 '앱' 전문 개발사로 출발했다. 콘텐츠 앱을 히트시켜 세계로 나가고자 하는 비전과 꿈도 있었다.
창업자인 이진수 대표는 서울대 선배였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도 친분이 두터웠다. 두 사람 모두 2009년 아이폰을 처음 봤을 때 무릎을 탁 치며 거대한 새 물결을 예견했다고. 콘텐츠가 모바일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 갈 것으로 예견했던 것.
카카오와 포도트리는 그렇게 탄생했다. 물론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로 4개월 먼저 출발했고 '플랫폼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던 시기였다.
김범수 의장은 포도트리 최대 주주를, 이진수 대표는 2대 주주이자 최고경영자를 맡았고 NHN 시절 함께 근무했던 이들도 창업 멤버가 됐다.
지난해 김범수 의장이 갖고 있던 포도트리 지분 중 28.6%를 카카오에 무상 증여했고, 카카오는 이전에 확보했던 지분까지 합쳐 49.7%의 포도트리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현재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 운영총괄을 맡으며 카카오 콘텐츠 매출 견인의 선봉장을 맡고 있다.
◆연이은 실험적 시도
글로벌 히트앱 개발사를 표방했던 포도트리는 영단어 암기 앱, 전자책 앱 등 다양한 교육용 앱을 만들어 냈고 모바일 게임까지 개발했다.
일부는 일본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는 등 선전하기도 했지만 '앱' 개발로는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황현수 이사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한계를 많이 느꼈던 것 같다"며 "카카오페이지도 그렇게 이어졌다. 시장이 성장하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게 '플랫폼'이라는 판단이 섰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지에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웹소설과 웹툰이 도입됐다. '기다리면 무료'라 불리는 획기적인 수익모델도 들어섰다.
'기다리면 무료'는 하루 하나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하루를 기다리면 하나를 더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의 수익모델이다. 기다리기 싫다면 유료로 이용하면 된다.
기다리기 싫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파고들었다. 그렇게 출발한 이 수익 모델은 현재의 카카오페이지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또 하나의 실험적 시도는 '노블코믹스'다. 이는 검증된 소설 원작을 만화로 제작하는 서비스로 기존에 없던 개념이다. 매출이 잘 나왔던 소설이 만화로 재탄생하면 원작 소설의 매출까지 다시 상승하는 효과를 누린다.
황 이사는 "현재 6개 작품이 노블코믹스로 재탄생했고 10개 작품이 대기 중에 있다"며 "앞으로의 웹툰은 퀼리티 싸움이기 때문에 그림과 스토리가 따로 갈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이 출판물을 고집하던 기성 작가들도 상당부분 카카오페이지로 합류했다. 기성 작가들은 그들만의 호흡이 있다. 책으로 출간하는 싸이클 자체가 연재방식의 웹소설과 정 반대다.
그러나 매출 상승효과를 피부로 느낀 그들도 속속 모바일 시장으로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차별화 '모바일 무비'
카카오페이지는 웹툰도 감상할 수 있지만 카카오 웹툰 서비스 '다음웹툰'과는 또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아마추어 등용문 생태계가 갖춰져 있는 다음웹툰과 달리 철저하게 에이전시(출판사)를 통해 검증된 작품이 수급된다.
검증된 작품을 큐레이션을 통해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어찌 보면 넷플릭스와도 비슷한 모델이다. 다음웹툰은 작가들과 정산 관리도 직접 하지만 카카오페이지는 에이전시가 모두 관리한다. 철저하게 '플랫폼'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관련 인력도 소규모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모바일 무비'라는 또 다른 시도에 나섰다. 기존 웹드라마로 시장에 안착돼 있는 모바일 형 단편 드라마에 주목하고 있는 것.
업계 화제인 모바일 무비 '통 메모리즈'가 대표적이다. 백승훈 작가와 민 작가의 '통' 시리즈를 모바일 드라마로 만든 '통 메모리즈'는 웹드라마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됐고 포도트리가 그중 20%를 투자했다.
황 이사는 "웹드라마 라는 이름보다는 '모바일 무비'로 포지셔닝 할 계획"이라며 "수익성이 약했던 웹드라마와 달리 확실한 투자와 함께 제대로 만들면 모바일 무비도 큰 매출을 거둘 수 있는 콘텐츠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중국에서 방영된 태양의 후예는 이미 '웹드라마'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대박을 냈다. 물론 투자 규모나 수준을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인터넷'으로 본다는 점에서 잠재적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일맥상통한다.
◆올해 매출 목표 1천억원
황 이사는 콘텐츠 마켓 관점에서 네이버와는 또 다른 트래픽을 만드는 게 포도트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많이 버는 업체들이 많이 나오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것.
카카오페이지 1분기 성과를 보면 매출은 전년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한 190억원을 기록했다. 하루 최고 매출로 4억원 가까이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천억원. 황 이사는 스스로 '산업' 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만화 산업', '소설 산업' 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은데다가 수익화가 자리 잡은 역사도 짧다.
황 이사는 "창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어떻게 창출해낼 것인가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본질"이라며 "콘텐츠 산업은 이제 시작인만큼 어떻게 터닝 포인트를 만들 것이냐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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