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 통합 인프라(converged infrastructure·CI) 시장이 뜨고 있다.
과거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가상화 솔루션을 따로 공급하던 것과 달리 이를 한꺼번에 통합한 시스템 수요가 늘고 있는 것. 인프라 구축 시간 및 비용 절감은 물론 편리한 관리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겨냥한 글로벌 IT기업들의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델과 EMC를 비롯해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시스코, 오라클 등 각자 주력 분야가 다른 IT 기업들이 통합 인프라 사업을 강화하며 데이터센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통합 인프라 시장, 우리가 접수"
먼저 올 가을이면 하나의 회사로 태어날 델과 EMC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이르면 오는 8월 '델 테크놀로지스'로 출범하게 된다. 통합 인프라 사업이 가장 먼너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델은 그간 x86 서버 시장에서 우위를 보여 왔다. 그보다는 아니지만 네트워크 사업도 진행해 왔다. 여기에 세계 최대 스토리지 기업 EMC를 인수하면서 스토리지 부문까지 더해진 통합 인프라 제품군을 보유하게 된 것.
특히 EMC는 스토리지 제품을 중심으로 그동안 통합 인프라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해온 회사다. 'V블록' 'V엑스블록' 'V엑스랙' 등에 이어 지난 2월 자회사 VM웨어와 신제품 'V엑스레일(VxRail)'를 출시하며 통합 인프라 제품군을 넓혀왔다.
델도 서버(x86) 시장을 중심으로 통합 인프라 시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다. 회계연도 2016년 4분기 기준 통합 인프라 분야 실적이 전년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델 글로벌 스토리지 비즈니스 총괄 앨런 엣킨슨 부사장은 "EMC와 합병 이후 통합 인프라 역량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거인 시스코, x86 서버 시장 강자인 HPE 등도 최근 새 제품을 내놓으며 통합 인프라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시스코는 지난 3월 '하이퍼플렉스(HyperFlex)' 시스템을 출시하며 독자 통합인프라 사업을 시작했다. EMC, 넷앱 등과 협력을 통해 시장에 접근해오다 '하이퍼 컨버지드 인프라 2.0'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며 자체 제품을 선보인 것.
시스코의 경우 통합 인프라 중 스토리지 부문은 다른 기업과 제휴형태로 사업을 진행, 자체 제품군은 없는 만큼 향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이 부문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HP에서 분사해 새로 출발한 HPE는 지난 4월 컴포저블(Composable) 아키텍처 기반의 새로운 통합 인프라 제품 'HPE 시너지'를 출시했다.
또 지난 2008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DB 제왕' 오라클은 '엑사데이타' 등 엔지니어드 시스템을 통해 통합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정 업무 목적에 맞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엔지니어드 시스템은 이미 시장의 주류로 부상했다는 게 오라클의 평가다.
한국EMC 허주 상무는 "4개 회사가 통합 인프라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준비가 갖춰졌다"며 "앞으로 서버, 스토리지 등을 따로따로 파는 회사는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 인프라 시장이 오면서 기업 간 합종연횡, 협력관계 재편 등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IDC는 통합 인프라 시장이 2019년까지 약 6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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