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영기자] "야구나 축구 선수는 은퇴하면 코치를 하는 등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하잖아요? 프로게이머도 그런 삶을 살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게임코치의 송광준 대표에게 회사를 설립한 계기를 물어보자 돌아온 답변이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즐긴 송 대표는 게임으로 진행하는 e스포츠도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됐다.
e스포츠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과정에서 송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던 프로게이머가 은퇴 후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됐다. 우리나라가 e스포츠 종주국으로 불리긴 하지만 환경이나 선수에 대한 지원 등은 많이 부족하다.
송 대표는 이러한 현실이 싫어서 직접 나섰다. 프로게이머처럼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가르침으로써 수익을 올리고 새로운 직업을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 이것이 송 대표가 게임코치를 설립한 목적이자 목표다.
◆최초의 게임 교육기관…새로운 시장 열어
국내에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전문적으로 이들을 키울 전문 교육기관은 없었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경우 게임단이 솔로랭크에서 성적이 좋은 사람을 영입하거나 클럽 리그부터 1부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까지 올라가는 방법을 대부분 이용한다.
송 대표는 "전문적으로 프로게이머가 되는 길을 만들기 위해 게임코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게임 교육기관을 표방하며 2015년 4월에 설립한 게임코치. 선구자이기 때문에 사업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송 대표가 '맨땅에 헤딩했다'고 표현할 정도로 할 것이 많았고 오해도 많이 받았다.
"교육을 하려면 강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회사 공동 창업자 중에 프로게이머가 있긴 했지만 인맥으로 안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강사를 모집하기 위해 LOL 솔로랭크 상위권에 있는 랭커 모두에게 연락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거절도 많이 당했고 누가 돈 주고 게임을 배우냐, 사기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들었죠"
교육을 진행하고 게임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며 강사를 계속 영입하자 게임코치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다. 이용자의 반응을 토대로 1대1 온라인 강의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매출이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강사가 되는 방법이나 영상에 대한 질문 등 게임코치에 대한 다양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게임코치 이후 후발 주자가 하나둘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송 대표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소감을 전했다.
◆학생과 학부모, 학교가 모두가 만족하는 게임 교육
지난 3월부터 게임코치는 서울 강서구 한광고등학교에서 e스포츠 교육을 시작했다. 인문계 고등학교 최초로, 그것도 방과 후 시간도 아니고 정규수업시간에 게임 교육을 진행해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다. 해당 교육은 프로게이머와 해설가, 감독, 코치 등 e스포츠 관련 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학교에서 e스포츠 교육을 진행할 때 송 대표는 '학부모'를 설득하고 만족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학부모가 만족하면 학생과 학교 모두 해당 교육의 가치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공부에 관심 없는 학생 중에는 게임을 좋아하고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있어요. 이들에게 억지로 공부를 강요하기보다는 e스포츠 관련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는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자녀가 새로운 진로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게임 교육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어떤 학생은 전라북도 완주에서 올라와 교육을 받고 있다.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서 e스포츠 관련 전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매주 어머니께서 학생과 함께 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자식이 하고 싶다는데 해줘야지.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딨냐'고요. 부모님이 자녀를 위해 하시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꼈고 제가 하는 일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했습니다"
◆게임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
게임코치는 롤챔스 승격에 성공한 ESC 에버, 현재 2부 리그 'LOL 챌린저스 코리아'에서 활약 중인 에버8 위너스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ESC 에버와 에버8 위너스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송 대표는 게임 산업에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프로게이머 양성을 위한 교육 교재 출판, 전문 e스포츠 강사 육성 프로그램, 인증제도 등 사회적으로 다양한 제도가 생겨야 함을 강조했다.
추후 게임코치는 중국 쪽에도 게임 강의 영상을 송출하고 오프라인에서 전문 학원을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게임코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영상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전체적으로 게임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게임코치의 목표다.
"e스포츠가 짧게 끝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이자 스포츠로 안착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임코치도 여기에 한몫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게임코치에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준영기자 sicr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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