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 에이전시(Web Agency)업계가 폭풍 전야를 맞고 있다.
벤처기업형 사업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웹 에이전시 분야에 국내 최대의
재벌그룹 삼성이 '오픈타이드'라는 웹 에이전시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
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규모로 웹 에이전시 서비스를 진행해 오던 벤처기업들은 삼성의
진출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차례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웹 에이전시 전문업체들은 잇따라 모임을 갖고 대기업들의 움직
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처 방안을 모색중이다. 웹 에이전시는 그동안 일반
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업종이었다.
더구나 세계적인 웹 에이전시 업체들도 국내 입성을 서두르고 있어 국내
웹 에이전시 시장은 벤처기업과 재벌, 외국계 기업이 한데 어우러지며 치열
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웹 에이전시 업계는 대기업의 진출에 대해 "웹 에이전시 시장의 독
점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문어발식 확장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다.
◆"대기업의 무차별 진출은 시장의 독점화를 낳는다"
대기업중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삼성이다. 삼성은 최근 웹 에이전시 업체
인 오픈타이드를 설립했다.
오픈타이드는 자본금 60억원 규모이며 e삼성이 60%, 직원 20%, 제일기획과
삼성SDS가 각각 10%의 지분으로 갖고 있다.
오픈타이드의 김기종 사장은 출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온·오프라인 기업
을 대상으로 컨설팅,벤처 창업 지원과 인큐베이팅 등의 서비스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넷 사업의 전반적인 흐름과 기술을 신속히 파악, 아시아지역에
옮기는 사업을 주로 할 것"이라며 "올해 매출목표를 200억원으로 잡고 있
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웹 에이전시업체의 관계자는 "벌써부터 오픈 타이드가 삼성 계열
사를 중심으로 100여개의 사이트에 대한 웹 에이전시 서비스를 따내기로 했
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대기업 그룹이 웹 에이전시를 거느리고 있는 만
큼 그룹의 물량을 독점하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대기업의 진출은 그룹 내 물량 독점을 넘어 기존업체들의 시장까지 잠식함
으로써 전문업체들이 설 땅을 빼앗아 갈 것 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
다.
벤처기업들은 특히 "대기업이 웹 에이전시 시장에 진입할 경우 경쟁력 면에
서 워낙 격차가 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경우 그동안 쌓은 노하
우를 빼면 경쟁력이 없다. 하지만 대기업의 경우 막강한 인맥과 자본력 등
오프라인의 배경이 막강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웹 에이전시 전문업체인 홍익인터넷의 노상범 사장은 "대기업의 경우 오프
라인에서 인맥과 자본력을 동원하면 관공서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따는 것
은 간단한 일"이라며 "따라서 대기업과 전문업체는 공정 경쟁이 아예 성립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상범 사장은 최근 인터넷기업협회 이금룡 회장을 만나 이같은 문제를 설
명하고 협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존 소규모 웹 에이전시 업체들도 잦은 모임을 갖고 공동 대응하는 방법
을 모색중이다.
◆국내 웹 에이전시 현황
현재 국내에는 벤처기업들이 대부분 웹 에이전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설립
된지 3년 정도 되는 기업들이 주류를 이룬다.
홍익인터넷을 비롯 클릭(Clic), 클라우드9(Cloud9), 넥슨(Nexen), 넷퀘스트
(Netquest), 디자인스톰(designstorm), 이모우션(Emotion) 등 업체들이 있
다.
이들은 모두 벤처기업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적은 곳은 10억원, 많아야 17
억원을 올렸다.
현재까지 이들은 닷컴기업과 대기업들의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웹 사이
트를 구축해 주는 일을 해 왔다. 앞으로는 웹 에이전시에만 머물지 않고 SI
까지 겸비해 토털 서비스를 제공해 나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가 있다. 웹 에이전시가 향후 네트워크 구축
의 가장 기본이라는 판단에서다.
어떤 인터넷 비즈니스를 계획하든, 웹 에이전시가 가장 먼저 들어갈 것이
고, 그에 따라 사이트 구축 이후의 전략이나 시스템 통합까지 서비스해 주
는 곳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웹 에이전시업체들은 또 CTI(컴퓨터전화통합)사업까지 모색하고 있다. CTI
는 전화시스템에 컴퓨터의 기능을 적용해 자동응답, 재다이얼, 자료전송 등
을 구현하는 개념이다.
CTI는 금융기관이나 통신업체 등 수많은 고객의 불편사항과 상담 등을 처리
해야 하는 업체들에 업무 비용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물밀 듯 웹 에이전시에 뛰어드는 대기업과 외국업체들
현재 웹 에이전시 벤처기업들은 재벌그룹과 외국기업의 가세로 초비상에 몰
린 형국이다.
이들은 웹 에이전시를 '비즈니스의 씨앗'으로 삼아 자연스럽게 SI, CTI 등
으로 사업의 스팩트럼을 넓혀 나갈 계획이었으나 중도에 커다란 암초를 만
난 셈이다.
웹 에이전시 업체들은 삼성 외의 재벌 그룹도 이 시장에 들어올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 SI분야의 예가 그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업체도 한국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미국업체인 레이저피시(Razorfish)가 진출, 레이저 피시 코리아를 만
들었다. 역시 미국업체인 레드 스카이(Red Sky)도 국내 입성을 앞두고 있
다.
여기에다 직원 8천여명을 갖고 있는 미국 최대 웹 에이전시업체인 마치퍼스
트(Marchfirst)도 국내에 들어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웹에이전시 전문 벤처기업들은 대기업의 진출에 대해 특히 곱지 않은 시선
을 보내고 있다. 외국 업체의 경우는 충분히 경쟁할 수 있지만 대기업의 진
출은 이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노상범 홍익인터넷 사장은 "대기업이 자본만을 앞세운 문어발식 경영을 IT
(정보기술)에까지 연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의 진출에 따라 다른 대기
업들도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사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강기천 클릭 사장도 "만약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하면 그동안 서비스해 오
던 업체들은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