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상훈기자]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활동 장르도 다변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스포츠 분야에서 정점에 섰던 프로게이머들이 속속 '게임 크리에이터'로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 기치와 청년 일자리 중심의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신직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마우스를 내려놓고 마이크를 잡기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종병기' 이영호, 첫 방송부터 '초대박'
지난 2006년부터 9년간 최강의 프로게이머로 불리던 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이영호는 지난달 21일 개인방송 서비스 아프리카TV에서 방송을 시작하면서 크리에이터로 첫 발을 내딛었다.
'최종병기'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던 그는 현역시절 14개월 연속 e스포츠협회 랭킹 1위를 비롯해 수많은 대회를 석권하면서 테란의 황제 임요환 선수 뒤를 이은 자타공인 최고의 프로게이머였다.
아프리카TV 홈페이지에는 이영호가 개인방송을 시작하겠다고 알린 예고글에 1만개 이상 댓글이 달렸고 첫 방송에만 10만명이 넘는 시청자가 접속했다. 몰리는 트래픽으로 인해 방을 몇번씩이나 새로 개설해야 했을 정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때쯤 코치나 해설자로 활동할 계획도 있었지만 스스로 게임에 대한 열정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방송자키(BJ)로 활동하면 게임을 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거죠. 팬분들이 많이 찾아주시는 것을 보고 9년간 헛생활한건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은퇴하고 사랑받는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고 성원해주셔서 더 열심히 해야 겠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이영호는 자신의 주특기인 '게임 플레이'를 '방송용 콘텐츠'로 만드는 것을 꿈꾸고 있다. 그는 향후 다른 프로게이머들과의 이벤트전이나 연승전 등 매치 플레이도 계획하고 있다고.

이영호는 아직은 초기인만큼 스타크래프트 한 가지만 방송을 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장르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팬들의 보여주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
"대도서관, 양띵 등 유명한 '게임 크리에이터'들은 여러가지 부분에서 '선도적인' 길을 만들었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프로게이머와 비슷하죠. 프로게이머는 일반인보다 아무래도 게임을 더 잘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들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양한 입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잖아요. 분야별로 타고난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그가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나선 것은 후배 프로게이머들에게 은퇴 후 삶의 가이드와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e스포츠팀의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 생활을 하는 것은 모든 프로게이머들에게 제공되는 기회도 아니었기 때문.
"크리에이터는 누구나 할 수 있잖아요. 프로게이머는 상위 1%였던 선수들은 돈도 많이 벌고 여러가지 길이 제시되지만 그렇지 않은 프로게이머들은 기회가 적습니다. 성적이 나오지 못하는 게이머들은 압박도 심합니다. 그런 만큼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고 싶어요. 방송을 시작한 것도 후배들을 위해서 프로게이머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싶은거죠."
이영호는 조만간 유튜브에 공식 채널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TV e스포츠콘텐츠 팀과 구체적인 계획을 그리고 있다.
"올해 말에는 '성공적으로 출발했다'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편하게 제 방송을 보고 가셨으면 좋겠고 제 게임 실력이 점점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재미를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 게임 전문 크리에이터로
게임전문 케이블 방송 온게임넷 하스스톤 해설자인 박태민은 게임 올림픽으로 불렸던 '월드 사이버 게임즈'의 초대 우승자였다.
박태민은 16년전 고등학생의 나이로 당시 쟁쟁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순식간에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했고 지난 2011년 은퇴할때까지 수많은 진기록을 세우며 '운영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만큼 게임 운영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기 때문. 그는 온게임넷과 양대 리그였던 MBC 게임 스타리그에서 저그 유저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인물이기도 하다.
박태민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하스스톤(카드형 트레이드게임), 베인글로리(모바일 AOS게임)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하스스톤, 베인글로리, 오버워치 등 여러가지 게임을 들고 크리에이터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크리에이터에 대한 계획은 세워왔어요. 유튜브 채널도 사실 개설한 것은 몇년 됐지만 올해부터 제대로 시작한 셈이죠. 개인 방송도 시도는 몇번 했었습니다. 하지만 반응이 별로 안좋았어요. 워낙 자리 잡은 다른 크리에이터들도 많았고 저를 어필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부족했죠."
박태민은 외국인들이 많은 트위치TV 에서 능숙한 영어로 해외 팬들을 대상으로 개인방송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의 방송을 보는 팬들이 '꿀잼민'이라 불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한다.
"개인방송은 콘텐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테마'가 확실해야 하죠. 박태민 이라는 캐릭터가 곧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방송할때마다 더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트위치TV는 아프리카TV처럼 개인이 생방송을 진행할 수 있는 서비스다. 아프리카TV의 별풍선 처럼 '도네이션(기부)' 시스템이 존재하며 페이팔을 통해 스트리머(BJ에 해당)들에게 전송하기도 한다.
트위치TV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 알려져 있다. 국내 시청자는 서서히 늘어가고 있으며 이를 하스스톤이라는 게임이 견인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하스스톤 국내 채널이 거의 없었어요. 기본적으로 외국인 시청자가 많으니 한국어 방송에 관심을 가질리도 없었고 한국어 방송은 아프리카TV를 보면 됐었으니까요. 지금 방송하는 스트리머들이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케이블 게임방송에서 현직 해설자로 활동하는 그는 프로게이머에서 이제 어엿한 '방송인'이 됐다. 그런 그의 올해 목표는 '크리에이터'로 인정받는 것이라고.
"MCN 쪽은 꾸준히 자기계발을 이어가야 합니다.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시청자도 계속 늘어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꾸준히' 하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더 많은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설테니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시고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SPO TV 해설자 고인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SPO TV 스타크래프트2 해설자인 고인규는 현역 프로게이머 시절 본선 진출을 가늠짓는 서바이벌 경기에서 16전 전승을 기록하며 '서황(서바이벌의 황제)'로 불리기도 했다.
고인규는 공군 에이스 프로게임단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대 후 SPO TV에서 해설자로 데뷔했으며 현재 1주일에 3회씩 스타크래프트2 해설을 맡고 있다.
리그 비시즌 시기에는 몇달 동안 방송이 없는 공백 상태가 이어지는데 고인규는 이를 계기로 스타크래프트2와 하스스톤으로 개인방송을 시작했다고.
"우연치 않은 기회에 방송을 시작했기에 정말 말하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막상 해설을 시작하니까 성량이나 발성을 따라가기 힘들어서 당시 김철민 캐스터에게 자문도 많이 구했어요. 제 방송을 보면 2013년부터 매년 목소리가 다 다릅니다. 사람들도 이를 신기하다고 하죠. 지금도 꾸준히 잡아가고 있는 시기입니다."
고인규는 MCN 전문 기업 트레져헌터에 둥지를 틀고 본격적인 크리에이터 활동을 위해 몇달전 유튜브에 공식 채널 '고인규TV'를 오픈했다. 현재 구독자 수는 6천명. 하지만 그 수는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
그가 트레져헌터에 합류하게 된 것도 파트너십으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레져헌터는 유튜브의 기반을 닦아주고 고인규를 브랜드화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트레져헌터는 방송에 필요한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전문적인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영상 편집 교육도 해주고 있다. '1인 미디어'를 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소는 모두 제공하고 있다는 것.
"방송을 하다보면 '형 때문에 스타2를 샀어요' 라는 말을 들을때가 가장 기분이 좋습니다. 해설을 잘한다, 게임을 잘한다 보다 더 짜릿하죠. 그만큼 '재미있는' 방송으로 다가섰다는 의미죠. 게임을 방송 콘텐츠로 만들게 되면 쉽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게 중요합니다. 해설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게임을 잘 아는 것을 자랑하기보다는 최대한 가볍게, 즐겁게 볼 수 있도록 인식시켜주는게 중요합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새출발을 시작했지만 막상 시작하고나니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그는 자신을 현역 시절과 비교하면 정식 선수도 아닌 연습생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구독자 수백만명을 보유한 크리에이터들이 즐비한만큼 저는 아직 크리에이터라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이에요. 하지만 정말 도전하고 싶은 분야죠. 게임을 또 다른 콘텐츠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인규는 게임 전문 크리에이터 외에도 애견 미용을 주제로 하는 콘텐츠도 계획중이라고 한다.
"솔직히 아직은 콘텐츠가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구독자 분들에게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정보와 가치를 드릴 수 있을까의 고민은 많습니다. 편집도 스스로 하고 있다 보니 어려움이 많아요. 아직은 발전해 나가는 시기니까 구독 끊지 마시고 여유를 갖고 기다려 주시면 반드시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겠습니다."
/성상훈기자 hns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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