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김다운기자] 5일간의 설 연휴를 마치고 돌아오니 누적된 경제 관련 이슈가 한꺼번에 반영되며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현재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경제 분야 이슈를 요약 정리한다.
◆북한 리스크:영향 작아…개성공단 피해기업 적극 지원
우리나라는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지정학적 이유에 따른 '북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 국가다.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했던 북한은 이번 설 연휴 기간 중이던 지난 7일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8일에는 경비정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왔다.
우리 정부에서는 이번 '북한 리스크'가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인한 관련기업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 경제 관련 부처들은 연휴 기간 중 연이어 거시경제 및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관련 영향을 진단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연휴 기간 중 지난 5일부터 9일까지는 글로벌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되면서 국가신용 위험을 나타내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이 다소 상승했다가 10일에는 다시 하락하며 안정되는 모습이었다. 뉴욕장 종가기준으로 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70bp에서 76bp까지 올랐다가 10일에는 74bp로 낮아졌다.
원/달러 환율은 소폭 절상되긴 했지만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뉴욕 NDF 종가 기준)은 지난 5일 1206.9원에서 9일에는 1197.7원을 기록한 후 10일에는 1189.9원을 기록했다.
실물경제도 수출입, 외국인 투자, 생필품 수급 등에서 특이동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지난 10일 우리 정부가 결정한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에 따른 경제적 영향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기재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연간 생산액은 약 5억달러로 우리나라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0.04%에 그친다. 개성공단에 대한 총 투자액은 1조 190억원으로, 공공부문에서 4천577억원, 민간에서 5천613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기재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경협 보험금 지급, 일시적 자금애로 해소, 필요시 세금 납부 유예 등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융위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기업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기존 대출은 상환유예·만기 연장 조치를 통해 관련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금리·수수료 우대 등을 통해 기업의 자금부담을 완화해줄 방침이다.
또한, 일시적 자금애로를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신·기보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긴급 안정자금지원 등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개별 기업별로 주채권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일대일 금융 컨설팅 등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개 정책금융기관(산은, 기은, 수은, 신보, 기보)에는 11일부터 '개성공단기업 특별지원반'을 구성하고, 정부합동대책반(국무조정실 주관)과 연계해 지원 대책을 준비한다.
◆도이치뱅크 쇼크: 전 세계 확대 경계…G20회의·中증시 주목
설 연휴로 국내 증시가 휴장하는 동안 글로벌 증시는 된서리를 맞았다.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가 급락했다. 지난 5~10일 동안 일본 니케이지수는 7%, 독일 닥스지수는 4%대 떨어졌다. 미국 S&P500지수와 다우지수도 3% 하락했다.
특히 도이치뱅크 위기설로 인해 유럽과 일본 증시에서 은행주를 중심으로 낙폭이 크게 나타났다.
도이치뱅크가 후순위전환사채(코코본드) 이자를 내년에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재기되면서 유럽 은행권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크게 확대됐다.
유럽과 함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 역시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이슈가 유럽 은행 문제에 그치지 않고 유럽발 금융위기를 다시 불러 일으키며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KB투자증권 김정호 애널리스트는 "도이치뱅크의 자체 문제보다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유로존이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를 실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부문의 회복이 미약했던 데서 파생된 괴리와 부작용이 표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유로존 취약국가 및 일본 등 글로벌 금융주,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10일 개최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이 같은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해 "금융시장의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된 데 기인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하원위원회 청문회에서 위안화 불확실성을 금융 불안 요인으로 지목하는 등 달러 강세로 인해 예상보다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옐런 의장의 발언은 미국 금리 인상 지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며 금융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는 요인이지만, 유럽발 악재로 큰 힘을 쓰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옐런 의장의 발언을 계기로, 오는 26일 개최되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외환시장이 주된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HMC투자증권 변준호 애널리스트는 "이번 G20 회의에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국가간 통화 스왑, 외환시장 투기 거래 규제 등의 재료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원유재고가 전 고점을 넘어섰음에도 산유국들이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한편, 중국 증시는 춘절 연휴로 2월 8~12일 동안 휴장에 들어갔다. 오는 15일부터 거래를 재개할 중국 증시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인가도 관심사항이다.
KB투자증권의 김 애널리스트는 "중국 역시 자본이탈 지속 및 3월의 회사채 대량 만기,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앞두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내 증시가 선진국 증시에 비해 낙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11일 오전 코스피지수는 설연휴 동안의 악재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2%대 하락중이지만, 유럽 및 일본 증시에 비해서는 선방하고 있다.
NH투자증권 오태동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주식시장의 폭락은 환율 약세 및 고성장 기대로 최근 급등한 자산이 타깃이 되고 있다"며 "신흥국 주식시장은 선제적으로 가격조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선진국 주식시장에 대한 차익실현이 집중되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 등 신흥국 주식시장은 선진국 대비 선방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신증권 이경민 애널리스트도 "코스피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1850선 이탈 가능성은 낮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유럽발 금융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고 한국증시에는 환율효과라는 차별화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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