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최근 이뤄지고 있는 일본 IT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는 않겠지만 거시경제 환경의 변화는 우리 기업들도 경계할 부분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일본에서는 ▲샤프(Sharp)의 혼하이정밀공업(팍스콘)과의 매각교섭 ▲회계부정 이후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도시바(Toshiba)가 수행 중인 대다수 사업부문의 매각 ▲상위 정유사 간의 합병회사 설립(업계 1위 JX홀딩스-3위 토넨제네럴 통합, 2위 이데미츠코산-5위 쇼와쉘 기업 통합) 등이 진행중이다.
이와 관련해 11일 한국투자증권의 정희석 애널리스트는 "지난 2000년대 중후반 이후 일본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산업 내 경쟁력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지금의 구조조정은 생존 문제에 더욱 가깝다"며 "특히 혼하이정밀공업의 샤프 인수는 해외자본으로의 기업매각에 인색한 산업 전반의 분위기를 뒤엎은 의사결정으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의 구조조정 기업들이 생존을 염려해야 할만큼 상황이 악화된 것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됐다.
정 애널리스트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지속해온 체질화 개선 속에서도 기존 주력 사업부문에 지나치게 집착했던 일부 IT기업들의 경우, 과거 수 차례 시도한 구조개혁이 실패한 사례"라며 또한 "외부환경의 악화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업종도 있는데, 일본 국내 인구감소, 국제적 원자재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소비재, 산업재 등 업종 전반에서 기업 간 통폐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IT산업의 침체는 2000년대 중반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에서 한국 IT기업들이 약진한 데서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소니, 파나소닉 히타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샤프와 도시바는 기존 사업부문의 전면적인 해체 혹은 매각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마지막 구조조정 기회에 직면한 것으로 진단했다.
샤프는 대만 혼하이에 매각을 통한 재건 가능성이 높아졌고, 도시바는 스토리지와 에너지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거시경제 환경 악화로 유통, 철강, 정유 등 다수 업종에서 구조조정도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내부적으로는 인구감소 및 초고령화사회 가속화, 대외적으로는 원자재가격 급락(수요부진과 공급과잉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에 따른 구조개혁 및 기업통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란 지적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샤프와 도시바 등 일본 IT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한국의 대기업에게 큰 위협이 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다수의 일본 IT기업들이 한국과의 직접 경쟁사업을 축소, 철회하고 있고, 직접 경쟁영역(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TV, 가전 등)에서도 경쟁력 회복에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란 것이다.
아울러 현재까지 확인된 개혁안만으로는 한국기업이 선두에 있는 산업에서 일본이 주도권을 재탈환하기 역부족인 측면이 많다고 관측했다. 가령, 샤프 재건안에 따라 샤프와 혼하이의 연합체가 구성된다 해도, 한국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의 기술력과 양산능력을 단기간 내 따라잡기는 어렵다고 봤다.
정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인구구조 변화,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락 등 매크로 환경변화는 한국도 피할 수 없는 악재"라고 우려했다.
한국이 아직 인구감소 국면에 진입하지 않았고, 원자재 가격 하락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양국간 상이하겠지만, 다수 업종 내 구조조정 현상은 시차의 문제이지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 애너리스트는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의 경우, 일본에서는 지난 2012년을 시작으로 업계재편을 마무리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