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평생 따라다니는 주민등록번호(이하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게 됨에 따라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가 줄어들지 관심이 모인다.
헌법재판소가 현행법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23일 주민등록법 제7조 3항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금지한 것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17년 12월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한다. 2018년부터는 주민번호 변경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 계류된 주민번호 변경을 허용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 처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 구제 가능성 기대감↑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인정보유출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여지껏 정부에선 재발 방지 대책만 내놓았지 이미 주민번호가 노출된 사람들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며 "이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나왔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도 "(정보 유출의 경우처럼) 개인이 아닌 기업, 정부의 잘못이지만 지금까지는 주민번호를 바꾸려 해도 바꿀 수 없었고 그로 인해 고통을 겪는 사람도 많았다"며 "2차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개명을 허용할 때도 범죄자 신분세탁 등 악용 소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지금은 잘 활용되고 있다"며 "남용 소지가 없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주민번호 변경에 따른 혼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보 유출 때문은 아니지만 이미 주민번호 변경 요청을 받아준 사례가 20만건 이상"이라며 "우리 전자정부 수준은 (시스템적으로) 수용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름과 주민번호로 본인인증을 하는데 유출된 것으로 인증을 못하니 본인인증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론 주민번호 변경이 아니라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민번호 변경여부는 행정자치부와 민간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가 심사·의결한다.
김승주 교수는 "변경 기준을 어디까지로 할지 등 실효성 확보가 관건"이라며 "피해사례 입증을 개인에게 떠넘기거나 한다면 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한 "사고가 난 뒤에야 (정보유출을) 인지하는 게 현주소"라며 "주민번호 변경 제도는 조기 탐지 시스템과 어우러져야 효과가 배가되는 것"이라며 이번 조치에 대한 장미빛 전망도 경계했다.
이어 "미국에도 사회보장번호가 있지만 유출사고가 빈번하지 않은 이유는 인터넷상에서 마구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제일 좋은 건 인터넷상에서 주민번호가 필요없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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