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쌓이는 원유 재고에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유업계가 이번에는 경영진 비리 등 까지 불거지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우유, 매일유업 등 우유업체들은 원유 공급과잉과 우유 소비 감소 추세로 재고가 쌓이면서 올해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서울우유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333억 원보다 84.5%나 감소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184억 원 적자를 내 처음으로 반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매일유업 역시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5.2% 하락한 13억 원 적자를 기록해 우울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우유업체들은 우유값도 원유가격연동제 때문에 낮출 수 없는 상황. 원유 수취 가격은 지난 2010년 리터당 855.36원에서 매년 상승해 2015년 10월 기준 1천92.71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은 늘리기 어려운데 비용은 많이 드는 구조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며 "계속되는 재고 부담을 줄이고자 수요에 맞춰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와 분유 사업이 정체기를 겪자 일부 업체들은 신사업을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섰으나 이 역시 기대보다 저조한 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커피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던 남양유업은 지난달 커피믹스 상표 '루카'를 두고 카페루카코리아와 벌인 법적 싸움에서 패하는 등 예상치 못한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루카'를 대신해 '루카스나인'으로 브랜드 교체 작업에 나서면서 예상치 못한 마케팅 비용까지 부담해야할 상황이다.
◆유업계, 임직원 비리까지 불거져 '찬바람'
서울우유는 실적 악화로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직원들 대상으로 원하는 만큼의 액수 대신 우유와 유제품으로 월급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우유 본사 경영진들이 비리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매일유업도 오너일가가 납품업체의 돈을 받거나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나 관련자 모두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조재빈 부장검사)는 지난 6일 서울우유 이동영 전 상임이사와 매일유업 김정석 전 부회장 등 2개 업체 임직원 1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횡령·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다.
또 검찰은 두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4억1천만 원 상당의 뇌물을 건네고 회사 자금을 빼돌린 우유 용기 납품업체 대표 최모 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우유 이 전 상임이사는 2010년부터 올해까지 납품 계약 유지를 도와주겠다는 명분으로 최모 씨에게 현금·수표 8천5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2011년부터 4년간 납품업체로부터 2천200만 원을 받은 송모 경영전략팀장을 포함해 최모 씨에게 현금·수표를 받은 임직원 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매일유업 김 전 부회장은 납품업체들이 자신의 회사를 통해 매일유업에 제품을 공급하도록 하고 납품액의 3%를 받는 식으로 회사 자금 48억 원을 횡령한 혐의다.
또 이 과정에서 전 구매팀장인 한모 씨 역시 2013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납품업체로부터 수표 1억2천만 원과 고급 승용차까지 건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1천만 원을 받은 직원 2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우유 납품과 관련된 중개업체, 운송업체, 광고업체 등 여러 별도 법인을 설립, 운영해왔다. 이 회사는 김 전 부회장이 한 때 지분 50%를 보유했던 곳으로, 김 전 부회장이 지난 2012년 1월 지분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전체 매출 65% 가량을 매일유업에서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가 매일유업 오너 일가로 번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김 전 부회장의 횡령 비리를 오너 일가나 다른 경영진이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부회장은 매일우유 창업주인 김복용 회장의 아들이자 현 김정완 회장의 동생으로, 매일유업에서 5.0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또 검찰에서는 이 같은 우유업계 비리가 유제품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관련 비리를 적발,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이로 인해 업계에서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눈치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업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출산율 저하 등으로 우유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 소비가 줄어 원유 재고로 힘겨운 상황에서 업계에 이런 저런 악재가 터져 시름이 깊다"며 "이번 일로 업계 전반에 장기적 불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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