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 기자]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세부방안의 윤곽이 공개됐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이 2일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는 이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경영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모범규준안을 말한다.
최근 현대차의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대한항공 '땅콩 회황' 등 주주이익에 반하는 경영진의 독단적인 경영이 문제로 떠올랐고, 삼성물산 합병 등 기업 지배구조 관련 이슈에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주로서 역할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기관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함으로써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수준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청회 등을 통해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연내 도입방안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목표다.
◆국내 법적 발판 충분해…모범규준 마련이 바람직
자본시장연구원 정윤모 연구위원에 따르면 기관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기관투자자가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표시하는 비율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민간 국내 기관투자자의 주총안건 반대율은 1.4%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 기관투자자의 국내기업 대상 반대율은 기관별로 4~21%에 달한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는 수탁자책임에 대한 인식 부족, 기관투자자의 이해상충, 의결권 행사를 위한 인프라 부족 및 비용 문제가 꼽혔다.
정 위원은 "신탁법, 자본시장법, 국가재정법 등 현행법에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과 의결권행사책임에 관한 규정이 매우 체계적으로 완비돼 있다"며 "법 제도의 개선이라는 측면보다 이미 있는 법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고 모범규준 방식을 활용하면 기관투자자에게 추가적인 법적 부담은 주지 않으면서도 투자수익의 극대화 및 기업가치 증대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공시라는 간접강제 수단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세부원칙 7가지 공개
이번 공청회에서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세부 방안 밑그림도 발표됐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적용 대상은 연기금·보험사·자산운용사 등 한국 상장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자이며, 의결권 자문·투자자문 등 수탁자 책임 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 제공자도 포함된다.
해외 기관투자자도 국내 상장사 주식에 투자한다면 코드 가입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를 강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대상에 속하는 기관투자자라도 자체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수탁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공개 약속으로, 코드의 취지와 내용에 동의해 자율 참여할 것을 서명한 기관투자자에 대해서만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코드에 가입한 기관이라도 사업모델과 투자정책에 미뤄볼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는 경우 코드의 세부 원칙과 지침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단, 준수하지 않는 사유를 설명하고, 이 사유가 고객과 수익자에게 충분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용할 기관의 경우 홈페이지에 코드 수용에 대해 공시하고, 세부원칙의 이행 사항 등도 표시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세부원칙은 7가지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송민경 연구위원은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적 점검·감시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내역과 그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의 보고·공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등을 세부원칙으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정보 요구, 주총 의사 표명,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 책임을 이행할 때 이해상충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기 위한 정책을 공개해야 한다.
투자대상회사의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까지 점검하고, 확인한 위험요소는 대화와 주주활동을 통해 적극 관리해야 한다는 점도 포함됐다.
기관투자자는 모든 보유주식에 의결권을 행사하되, 경영진의 제안에 자동적으로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나 주주활동의 결과가 불만족스럽다면 경영진 제안에 반대해야 한다.
아울러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세부 가이드라인, 담당 조직·인원, 의결권 자문서비스 활용 여부와 방식 등을 담은 의결권 정책과 의결권 행사 내역, 해당 사유를 밝혀야 한다.
주주활동에 관한 원칙·절차·지침을 다룰 수탁자 책임 정책과 주주활동의 이행 현황을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됐다.
금융위 이현철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번 공청회를 통해 도입방안이 적합한지 검토하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따져보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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