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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구본준·권영수 카드, 사업재편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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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C 수장 교체…B2B는 오너 체제 속 중용

[박영례기자]LG가 올해 재계 인사의 가장 핫이슈로 떠올랐다. 당초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LG이노텍, CNS 외에도 2개 핵심계열사의 수장이 교체되고, 주요 사업군에서 전년보다 많은 7명의 사장 승진자를 배출하는 등 의외와 파격적인 인사라는 게 총평.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가 올해 승진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다소 예상밖이라는 평가다. 본격적인 4세 경영체제에 앞서 그룹의 핵심을 B2B로 전환, 체질개선과 변화에 주력, LG 사업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LG는 26일과 27일 계열사별 이사회를 열고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주)LG로 이동하는 것을 포함한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인사의 최대 관전포인트는 역시 LG전자와 LG유플러스의 수장 교체다. 구본준 부회장의 지주사 이동으로 LG전자는 각자대표인 정도현 CFO 사장이 신설되는 경영지원총괄까지 맡아 새로 대표에 오른 조준호사장(MC본부장), 조성진 사장(H&A 본부장)과 함께 이끌게 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6년간 이끌던 이상철 부회장이 퇴진하고, LG화학의 배터리사업을 이끌던 권영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바톤을 이어받는다.

공교롭게 두 회사는 과거 LG의 핵심 계열사였고, 주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들 기업의 대표 수장 역할을 CFO 출신인 정도현 사장과 권영수 부회장이 맡게 됐다는 점도 같다.

대신 LG그룹은 에너지솔루션이나 자동차 전장부품 등 대표적인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한 주요 사장단을 일제히 전진배치 했다. 이번 인사가 B2B 사업 강화 및 그룹 핵심사업의 재편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LG, B2B로 간다

이번 인사에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주)LG로 이동,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게 된다. 지난 2010년 LG전자 대표이사를 맡은지 5년만에 이사회 의장직만 맡고, 전자 대표에서는 물러나는 셈이다.

구 부회장은 스마트폰 대응 실기로 어려움을 겪던 LG전자의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 스마트폰사업 경쟁력 강화 및 연구개발 등 LG전자의 기초체력을 보강하고 자동차 전장부품 등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앞으로 지주사에서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그룹 차원의 미래성장사업 및 신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게 된다. 이들 사업이 LG가 그룹차원에서 육성하는 대표 미래사업이자 B2B 사업이라는 점에서 LG가 오너체제를 통해 그룹의 주력 사업재편 및 체질개선을 본격화 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으론 그동안 일각에서 구 부회장이 이번에 개인 최대주주인 LG상사로 옮기거나 만 70세를 넘은 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그룹 회장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됐던 만큼, 구 부회장의 지주사 이동은 후계구도를 염두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구 회장이 상무 승진 뒤 매년 승진을 통해 5년만에 부회장에 올랐지만 4세인 구광모 상무는 올해 승진대열에 합류하지 못했다. 구 상무가 아직 30대여서 LG 후계구도에는 여전히 변수가 있는 상황이다. 당장은 구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미래 사업 육성 등 주력 사업 재편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의 대표체제도 6년만에 교체됐다. 이상철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후임에는 CFO 출신으로 LG디스플레이 대표를 거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을 맡아온 권영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새롭게 이끌게 된다.

LG유플러스가 대표적인 내수, 서비스 사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새 수장에 글로벌 및 제조 노하우를 겸비한 권 사장을 전진배치한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

현재 통신시장은 SK그룹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등 유선과 무선, 유료방송 결합을 통한 SK와 KT그룹의 양강구도가 보다 강화되고 있는 상태.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 3위인 LG유플러스에 CFO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이기도 한 권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투입했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의 사물인터넷(IoT) 등 B2B 사업 강화와 함께 최근 합종연횡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통신사업을 맡아 과감한 체질 개선 등 변화를 주도하라는 최고위층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실제로 권 부회장은 옛 LG필립스LCD 출범 당시 TF팀장으로 필립스로 부터 투자를 이끌었던 주역 중 한명으로 이후 적자상태였던 LG필립스LCD 대표를 맡아 과감한 구조조정과 투자유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흑자전환 등 지금의 LG디스플레이의 성장기반을 다졌다.

재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신사업을, 권 부회장이 유플러스를 맡게 된 것은 과거 LG필립스LCD 설립 등 때를 감안, 공격적인 투자유치나 M&A, 대대적인 사업의 체질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재계에 불고 있는 사업재편에 맞춰 LG의 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권 부회장과 함께 B2B 분야 경영진이 대거 발탁을 통해 전진배치 됐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OLED와 플렉서블 등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 및 시장 선도를 이끌었다는 평가 속 이번에 승진을 통해 부회장 대열에 합류했다.

또 그룹의 에너지솔루션 및 자동차전장부품을 맡아온 LG화학, LG전자 해당 경영진 중 총 8명이 발탁 등을 통해 사장에 오르는 B2B 사업에 한층 힘을 실어줬다.

LG전자 생산기술원장 홍순국 전무, LG전자 이상봉 부사장이 에너지와 자동차부품 분야 장비기술 개발, 태양광 사업의 성과 개선 등에 힘입어 발탁, 신설된 소재/생산기술원장(사장), 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LG화학 손옥동 기초소재사업본부장, LG화학 김명환 배터리 연구소장도 각각 사장 승진대열에 합류했고, ㈜LG 사업개발팀 백상엽 부사장도 시너지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백 사장은 에너지 솔루션 사업의 본격 추진 등 성과로 부사장 1년차에 사장으로 발탁된 경우다.

이처럼 B2B 분야에서 대규모 발탁 및 승진자를 배출한 반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스마트폰, 가전 등 기존 핵심사업에서는 이렇다할 승진자를 내지 못한 것도 대비되는 모습.

LG는 대신 LG전자를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 기존 4개 본부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을 보다 강화하고 이의 총괄 지원역을 CFO이기도 한 정도현 사장에게 맡겼다. 스마트폰 실적 악화 등 기존 주력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전자가 이들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실적 및 수익성 개선 등에 보다 중점을 둘 수 있도록 한 셈이다.

LG는 "이번 인사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지속 및 글로벌 경쟁 심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을 과감하게 돌파, 미래성장과 시장선도를 위한 혁신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편 LG는 이번 발탁 승진 등에도 임원승진폭의 정예화를 위해 경영진 전체 승진자 규모는 지난해 130명에서 올해 122명 수준으로 축소했다. 신규 상무 승진자 평균 나이는 48세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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