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 경쟁력에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시장이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애플의 아성을 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LG전자도 부침을 겪긴 했지만 5위권에 진입해 분투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성장 신화를 더 써내려가기도 전에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됐다. 여기에 애플은 이 상황에서도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고, 중국 제조사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이 애플과 중국 업체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 형국이다.
'갤럭시 신화'를 쓰던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해 지금까지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LG전자는 '휴대폰 명가'로서 자존심을 되찾기도 전에 남는 장사를 하지 못해 울상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받아든 3분기 휴대폰 성적은 씁쓸했다. 애플이 같은 기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터라 아쉬움은 더 했다.
삼성전자는 많이 팔고도 그만큼 남기지 못했다. 애플보다 약 2배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지만 영업이익이 제자리 걸음이다.
삼성 휴대폰(IM부문)은 지난 3분기 8천38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만에 최대 판매량을 달성했다. 갤럭시A같은 중저가 스마트폰이 선전한 덕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도 26조6천10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 늘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가 되는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감소했다. 갤럭시노트5를 예상보다 한 달 가량 빠른 지난 8월 출시하는 강수를 뒀지만 영업익은 2조4천억원으로 전분기와 비교해 15% 감소했다. 삼성 휴대폰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영업익 3조원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영업이익률도 9%로 두자릿수 달성에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5가 전작에 비해 선전하고 있고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도 확대되며 판매량과 매출이 증가했지만, 지난 4월 출시한 갤럭시S6 출고가를 인하하고 중저가 제품 판매량을 늘리면서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판매량은 갤럭시 노트5, 갤럭시A, 갤럭시E 등 판매 증가로 전분기 대비 대폭 증가했다"면서도 "갤럭시 S6·S6 엣지 모델의 가격조정과 보급형 제품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소폭 증가했으나, 이익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숙적 애플은 같은기간 매출 515억달러(약 58조원) 영업이익 146억달러(약 16조원)를 거둬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신제품 아이폰6S가 9월말에야 판매돼,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6S 성적이 대부분 반영됐는데도 영업이익률이 28%에 달했다.
이는 휴대폰 뿐만 아니라 반도체나 가전 사업까지 합친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51조6천800억원)이나 영업이익(7조3천900)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LG전자는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 G4를 출시하고도 매출 3조3천774억원 영업적자가 776억원을 기록했다. 6분기만에 적자전환한 점도 문제지만, 매출도 전분기대비 7% 줄었다. 외형적 성장이나 수익성 개선 모두 제동이 걸렸다.
LG전자는 3분기에 1천49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5위권(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기준) 진입에도 실패했다. 스마트폰 3~5위는 화웨이, 샤오미같은 중국 제조사들이 차지했다.
국내 제조사들은 점유율 방어를 위해 가격 공세를 펼치면 수익성을 잃고, 남는 장사를 하기 위해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면 시장 지배력을 잃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내 제조사 관계자는 "시장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중국 제조사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면 남는게 없다"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밀어붙이기엔 애플이 너무 견고해서 점유율을 지킬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조업 기반의 국내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회사와 같은 애플처럼 고마진 전략을 쓰기가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을 외주 업체에 맡겨 원가를 절감한다. 1년에 한번 플래그십 스마트폰만 출시해 마케팅, 재고관리비 등을 이 제품에만 집중시킨다. 이는 공장을 갖고 있어 설비 운영과 인건비 등에 꾸준히 돈을 지출해야하고, 다양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삼성, LG보다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폰을 팔아서 제조사라고 묶이지만 사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같은 소프트웨어 회사에 가깝다"며 "외주 업체에 맡기기 때문에 생산 단가를 원하는 대로 맞출 수 있고, 대신 이 비용을 소프트웨어나 디자인 개발에 집중하기 때문에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성수기 4분기에도 극적 개선 어렵다
삼성과 LG는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4분기를 맞았지만 표정이 밝지 않다. 삼성은 전분기(3분기) 수준의 수익성을 맞추는데 집중하겠다는 목표를 밝혔고, LG는 흑자전환에 힘을 쏟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경우 3분기에 출시한 신모델 판매 확대와 비용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전분기 수준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가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라인업 효율화를 통해 스마트폰 판매 확대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은 시장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LG V10, 넥서스 5X 등을 내세워 매출을 확대하고 원가 개선 활동을 통해 손익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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