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비주류가 "당의 혁신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문재인 체제를 비판했다.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목표로 당 지도부가 장외 여론전에 사실상 올인한 가운데 나온 반응이다. 교육부의 행정예고 기간 종료로 국정화가 결정되는 오는 2일 이후 이들이 문 대표를 겨냥해 재결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29일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해 "어제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 혁신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로 자리잡았다"며 문 대표를 비판했다.
이는 전날 경기·인천 등 수도권과 영호남 일부 24곳의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15곳의 후보를 당선시킨 데 반해 새정치연합이 2곳으로 참패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특히 호남 7곳 선거구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새정치연합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것을 두고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 대표 퇴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의 거취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변화와 혁신에 한마음으로 손잡고 모아야 한다"며 "낡은 진보의 도덕적 불감증, 부패에 대한 온정주의와 기득권적 사고를 덜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같은 인식을 공유했다. 문 대표를 위시한 이른바 범친노 그룹의 폐쇄적 운동권 성향이 국민들로부터 당을 향한 신뢰를 상실시킨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
서울대 한상진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화로 촉발된 역사전쟁은 육해공식 전투가 아니라 두뇌싸움이 필요한데도 운동권적 정치논리로 큰 난관에 부딛치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운동권의 비판에 대한 관용의 수준은 현저히 낮고 뺄셈정치를 통해 기득권을 유지하려고만 한다"며 "직접 앞에서 이끌겠다는 터무니없는 과욕을 자제하는 대신 자유로운 정치토론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게 일차적인 당의 혁신 과제"라고 강조했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혁신안들을 "야당이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은 이유에 대한 성찰이 없는 혁신으로서 허구"라며 "선거 때 표만 얻기 위한 정권교체용 혁신은 100% 실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치가 상생 결핍증, 집단 기억상실, 도덕 불감증이라는 3대 난치병에 걸려 있다"며 "혁신의 핵심은 기존 대결적 민주주의 패러다임에서 합의 민주주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상진 교수의 발제 아래 김형준 교수와 전남대 조정관 교수, 중앙대 최영진 교수의 토론으로 진행됐다.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와 함께 주승용 최고위원, 문병호, 유성엽, 최원식, 김동철, 김영환, 황주홍, 김관영 의원 등 비주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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