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불거진 갈등에 대해 다소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은 언제라도 터질 준비를 갖춘 화약고와 같은 상태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달 28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의 추석 연휴 회동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정면 반대 입장을 내놓으면서 양측의 갈등은 폭발 양상에 돌입했다.
김 대표는 분노했다. 지난달 30일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라며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1일에는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가 진실 게임을 벌이는 등 신경전도 주고 받았다. 김 대표가 기자들을 통해 지난달 26일 청와대 인사를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고, 문재인 대표와의 회동 이후에도 발표문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말한 것이다.
청와대는 이틀 연속 핵심관계자가 기자실을 찾아 김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대표가 26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하겠다고 했고, 대표 회동 이후 발표문을 전달한 것도 맞지만 통보적 성격이었고, 현 수석은 반대 입장을 표했다고 했다.
이에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현 수석이 거기(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걱정하고 우려의 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대한 것은 들은 것이 없다"고 재반박했다.
그러나 양측은 여당과 청와대의 정면 충돌이라는 여론의 인식이 부담스러운지 다소 수위 조절을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무성 대표는 "더 이상 이것 가지고 청와대와 공방을 벌일 생각은 없다. 그것을 원치 않는다"며 "(현 수석의 우려가) 반대라고 한다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의 전면전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 역시 "매일 나와서 상황을 고조시킨다는 인식이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김무성 대표의 발언 자체의 사실 여부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2의 유승민 사태? 친박 '참모 책임론' 제기
새누리당이 의원총회에서 논란의 핵심인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을 당내 특별기구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한 상태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소강 상태로 접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미 불거진 청와대와 김 대표의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친박계는 1일 일제히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철회를 요구했다. 청와대가 이틀 연속 입장을 표명하면서 친박계가 이와 다른 입장을 표하기는 쉽지 않다.
김무성 대표와 협의한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에 지난달 30일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보고했고, 청와대 대변인이 "정치권의 문제에 청와대가 입장을 내놓지 않겠다"고 한 지 불과 3시간 후 청와대는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친박계의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여야 당 대표 합의를 준비한 김무성 대표의 참모들에 대한 책임론까지 들고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에서 "당에서 의논해 협의하면 아무 일 없는 일을 가지고 이를 사전에 조율했던 당내 참모들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의 입장 표명에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만큼 대통령이 어떤 자리를 통하든 직접 이를 표출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당 대표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
김무성 대표 역시 오픈 프라이머리에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걸겠다는 입장을 수차 밝힌 만큼 물러설 수 없는 문제다. 결국 청와대와 김무성 대표의 갈등은 조만간 다시 수면 위로 오를 수밖에 없는 상태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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