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기자] 이동통신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일부 프리미엄폰에만 게릴라성 보조금을 쏟아내던 일이 사라지고 있다. '나만 손해 본다'며 씁쓸한 입맛을 다시던 가입자들에게도 보조금이 돌아가고 있다. 값비싼 고가 대신 중저가폰을 사더라도 보조금 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구입한 지 채 2년도 안 돼 단말기를 바꾸는 낭비가 줄고 쓰던 휴대폰을 쓰면 20% 요금할인도 가능해졌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이처럼 이동통신 시장을 바꿔 놓았다. 일부에게는 보조금이 줄었지만, 대다수에게는 '시장에 대한 신뢰'가 돌아오고 있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소비자들이 통신사 선택시 가장 중요한 고려요인이었던 단말기비용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요금제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 역시 시장이 정상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지난해 11월 통신서비스 가입시 주요 고려요인 조사에서 단말기(20.90%)가 요금제(10.30%)보다 두배가량 높았지만, 올해 4월 조사에서는 단말기(13.70%)와 요금제)13.70%)로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펴내기도 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사들의 경쟁이 단말 중심에서 요금제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차별이 어려워지면서 데이터중심의 요금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데이터 요금제 활성화가 단순한 단말보조금 경쟁의 종식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제의 대전환 음성에서 데이터 중심으로
LTE 시대가 오면서 음성중심의 요금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들은 2G 시대에 도입한 음성 요금제를 유지했다. 그러다보니 음성통화에서는 큰 수익을 얻고, 이를 데이터 통신의 부담을 상쇄했다.
데이터 활성화 시대를 앞두고 가입자들의 데이터 이용을 늘려야했기 때문. 그러다보니 이통사의 대차대조표는 실제 수익을 정확히 반영하기 어려웠다.
통신사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이후 고객들도 요금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중심으로의 요금제 개편을 서두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결국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하는 요금제가 가야할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지난 5월 KT가 먼저 바람을 일으켰다. 뒤를 이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순차적으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KT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데이터를 이월하거나 당겨쓸 수 있는 '서비스(밀당)' 서비스를 도입해 관심을 끌었다. 남는 데이터를 다음 달로 넘겨쓰고 모자라는 데이터를 당겨쓸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낭비되는 데이터를 없앨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3시간 동안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마이타임플랜', 다음카카오 서비스인 카카오톡, 다음tv팟을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데이터 판매(3GB, 월 3천원) 상품도 선보였다.
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KT의 경우 데이터 제공량을 초과한 가입자 중 34%가 평균 418MB를 당겨 쓰기해서 8천600원 가량의 데이터 요금을 절감한다.
SK텔레콤은 데이터가 부족하면 리필하거나 가족, 지인에게 데이터를 선물하거나 받을 수 있는 '데이터 자유자재' 서비스를 선보였다. 오전 7시부터 9시, 12시부터 오후 2시, 오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총 6시간동안 매일 1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밴드타임프리' 상품도 출시했다.
SK텔레콤의 데이터 리필/선물하기 이용률은 기존 요금제보다 이용량이 증가(리필하기 3.05GB → 3.20GB(5%↑), 선물하기 1.33GB → 1.8GB(36%↑)한 것으로 집계된다.
LTE데이터포털을 서비스중인 LG유플러스는 영상콘텐츠 전용의 데이터 중심 비디오 요금제로 가입자를 유혹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가입자들도 요금제별로 300M~3.3G 바이트까지 추가로 제공하는 HDTV 전용 데이터를 이용해 월 3천~1만원 가량 데이터 요금을 줄이고 있다.
◆이통사들 "요금 인하 효과 있다"
스마트폰이 일상이 되면서 데이터 요금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동영상 시청이 일상화한 젊은 층들은 데이터 이용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KT가 지난 5월8일 선보인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약 석달이 지난 8월2일 기준 가입자가 633만명으로 늘었다.
데이터 이용에 따른 통신비 부담의 정도를 떠나 데이터중심요금제는 말 그대로 요금제의 틀 변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통신비 절감의 효과도 강조한다.
통신사들이 미래부와 방통위에 제출한 자료를 종합하면 데이터중심 요금제 이후 요금청구서(6~7월, 227만명) 기준으로 51%가 통신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요금은 평균 1만1천원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대로 요금이 상승했다고 답한 것은 32%로 이들은 평균 8천700원이 올랐다. 이에 따라 평균적으로 가입자당 2천858원이 감소해 6.3%가 줄었다고 통신사들은 말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국내 음성통화량은 정체돼 있지만 데이터 트래픽은 폭증하고 있다"면서 "기존 요금제에 비해 음성사용량은 18%, 데이터 사용량은 23% 증가하면서도 통신비 절감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은 데이터중심 요금제가 통신비 절감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터는 가계통신비 절감의 뇌관
최근들어 이통사들이 청소년이나 어르신 전용 데이터 요금제를 내놓는 것 역시 데이터요금제 시대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KT가 내놓은 청소년 요금제는 '알'이 남을 경우 기간 제한 없이 이월해 쓸 수 있다. 데이터량을 다 소진하더라도 400kbps의 속도로 계속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이 내놓은 요금제는 일반 데이터요금제에 비해 월 1천원이 저렴하고 방과후(오후 4시~다음날 새벽 1시)에는 데디터를 2배로 이용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젊은층을 비롯해 데이터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KT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데이터 이용량은 성인의 1.6배에 달한다.
가입자들도 자신의 이용패턴에 맞는 데이터 요금제를 우선적으로 따져야 할 때가 된 셈이다.
더불어 앞으로 가계통신비 경감에 대한 논의는 초당 과금 대신 '바이트당 요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년 일몰법인 단말기유통법은 사라지겠지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며 "국회나 시민단체 등에서도 논의의 초점은 데이터 요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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