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당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표정에선 복잡한 속내가 읽힌다.
지난 1년 굵직한 현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숨 돌릴 틈 없는 시간을 보낸 데 이어 앞으로 남은 1년 역시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직감한 터다.
◆각종 악재 속에서도 대과 없는 1년
지난해 7.14 전당대회를 통해 집권 여당 수장이 된 김 대표는 취임 보름 만에 치른 7.30 재보궐 선거와 올해 4.29 재보궐 선거를 압승으로 이끌었다.
이 두 선거는 세월호 참사, 청와대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 초대형 악재 속에서 치러진 터라 당내 비관론이 팽배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역 일꾼론'을 부각시키며 전국을 누벼 압승을 이끌어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는 막후에서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역할을 했고, 정부가 중점 추진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대표 발의, 끝내 관철시킨 점도 김 대표의 성과로 꼽힌다.
전당대회 때 내세웠던 '혁신' 기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필두로 한 보수혁신특별위원회를 통해 구현했다. 혁신위가 마련한 혁신안 가운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도입 등은 의원총회를 통과해 당론으로 확정됐다.
본인은 손사래를 치지만 여권 차기 대선주자 이미지도 굳혔다. 특히 김 대표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전야제에 참석했다가 물세례를 받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행사에서는 면전에서 면박을 듣고도 침묵을 지키는 등 '통합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김 대표는 160석의 새누리당을 대과 없이 이끌며 자신의 커리어도 성공적으로 구축해 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여권 대선주자 선두권을 지켜 왔고, 야당 대선주자와도 엎치락 뒤치락 박빙의 승부를 벌여 왔다.
◆朴 앞에선 작아지는 '무대'…총선 관리 최대 과제
그러나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라는 '근본적 한계'를 뛰어 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봇물" 발언을 했다가 청와대가 불만을 표하자 하루 만에 사과하고 발언을 번복하거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에 임명하려다 친박계가 반발하자 철회한 것이 그 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파동 속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과정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다가 끝내 청와대와 뜻을 같이 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했다.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던 '수평적 당청관계'를 스스로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당내 화합이라는 과제 해결에도 실패했음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불거진 것이다.
앞으로 남은 1년, 김 대표의 최우선 과제는 내년 총선 관리다. 이를 위해 당장은 유 전 원내대표 사퇴 논란을 거치며 극명하게 드러난 당내 분열상을 수습, 당의 화합을 유지하는 한편,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개선해 당청이 긴밀하게 협조하는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한다.
지역별, 계파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오픈프라이머리 도입도 김 대표의 소신이지만, 현실화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취임 1주년을 하루 앞둔 13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1년 동안 여러 가지 위기가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숙이고 전체 조직을 위해서 절충과 타협을 하는 방향으로 매듭지어왔다"면서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하겠지만 수평적 당청관계, 할 말을 하는 노력은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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