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휴대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애플이 지난 2007년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이후, 휴대폰 업체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갤럭시'로 아이폰 쇼크를 이겨낸 삼성전자 외에 노키아, 모토로라는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며 '백기'를 들었다. 노키아를 인수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모바일 사업에서 대규모로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피처폰 시절 '휴대폰 명가' LG전자는 글로벌 5위권에 안착했지만 수익성이 발목을 잡고 있고, 소니도 눈에 띌만한 히트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3위권 진입에 성공했지만, 수익성과 브랜드 파워에서 여전히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MS는 8일(현지시간) 전체 직원의 6%에 해당하는 휴대폰 부문 직원 7천800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계획안에는 노키아 인수 비용을 포함한 76억달러(약 8조6천억원)와 구조조정 비용 8억5천만달러(약 9천억원)를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노키아 인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와관련해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단말기 판매에 중점을 두지는 않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조조정 계획안 발표 후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메일을 통해 임직원에게 "자립형 휴대폰 사업 구축에 더는 중점을 두지 않을 것"이라며 "MS는 기업 고객을 위한 휴대폰, 저가형 휴대폰, 윈도 팬들을 위한 전자기기를 소량으로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MS가 단말기 출시 보다는 운영체제(OS) 윈도 중심의 소프트웨어 판매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MS 뿐만 아니라 일본의 자존심 소니, 국내 제조업 벤처 신화 팬택도 고난을 겪고 있다.
소니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모바일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이 부문의 비용 30%, 인력 20%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팬택은 법정관리 후 새 주인 '옵티스'를 맞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과거와 같은 최고급 사양의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 보다는 동남아 같은 신흥시장에서 중저가폰에 주력할 가능성이 커졌다.
◆'휴대폰 사업 백기' 노키아·모토로라·MS 다음은?
휴대폰 업체들이 이 같이 벼랑끝에 몰리는 것은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스마트폰으로 돈을 벌고 있는 기업은 사실상 삼성과 애플 뿐이다.
삼성과 애플은 판매량 기준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4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성면에선 두 회사 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업체가 없다.
캐나다 증권사 캐너코드제뉴이티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이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 영업이익의 79%, 삼성이 25%를 차지했다. 이들은 글로벌 업체 중 MS, 레노버가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점유율 합이 100%를 넘었다. 삼성과 애플 다음은 LG전자(1%)이고, 블랙베리, HTC 등 다른 제조사는 0%를 기록했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업체 중 현재 수익을 올리고 있는 건 삼성과 애플 뿐이라고 보면 된다"며 "중국 제조사들이 위협적이긴 하지만, 이들은 가격경쟁력만 앞세워서 브랜드 지속력이 짧아 1년 이상 3위권을 지키는 업체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세계 3위에 오른 샤오미는, 이후 3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1억대 판매를 공언했지만 상반기에 3천470만대 밖에 팔지 못해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도 지난 3월 마감한 2014년도 회계연도(2014년4월~2015년3월)에서 휴대폰 부문은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레드오션'이 된 스마트폰 시장 대응책을 놓고 휴대폰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은 브랜드 인지도와 직결되며, 디스플레이나 반도체같은 부품 계열사를 가진 업체라면 그룹 전체의 수익성이 걸려 있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사업군이다. 그러나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장래성이 없는 상황에서 휴대폰 사업에 힘을 싣기도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플래그십에선 삼성과 애플을 상대하기가 버겁고, 박리다매 전략으로 가면 남는게 없는 실정"이라며 "노키아, 모토로라, MS 외에도 앞으로 더 많은 업체가 휴대폰 사업을 축소하거나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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