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을 분리해서 공시하도록 하는 이른바 '분리공시' 제도 도입 논의가 또다시 불발됐다. 단말기유통법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제도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KBS 수신료와 청와대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에 발목이 잡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 오전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여야간 이견이 첨예한 쟁점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상정된 법안은 KBS수신료 인상안과 방송 공정성 관련 법안, 분리공시 제도 등을 포함한 단말기유통법 개정안,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법안, 완전자급제 도입 법안 등이다.
이날 소위에서는 첫번째 안건인 KBS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여야간 입장 차이가 크다는 점만 확인한 상황에서 파행됐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소식이 들였다. 야당 의원들이 이에 반발 회의장을 떠났다. 의사일정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에 향후 재논의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을 맞고 있다.
◆KBS수신료 인상안에서 이견, 다른 법안 논의도 못해
여야는 이날 약 1시간 가량 KBS수신료에 대해 논의했다. 여당은 KBS수신료 인상안 통과를 주장했지만 야당은 방송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상안에 합의해줄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인상안은 현재 2천500원인 수신료를 4천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신료를 인상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BS의 경영상태를 정상화하고 공영방송의 공적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여당은 인상은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은 "KBS수신료 인상안을 계속 정치적 사안으로 몰고 가면 앞으로도 계속 인상안을 결정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방송의 공정성이 담보되야 수신료 현실화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대로 수신료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치적 독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상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수신료 인상안 검토는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를 먼저 구축한 이후에 논의되는 것이 타당하다"며 "KBS의 공정보도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상당한만큼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없다면 수신료 인상에 공감대를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 거부권 행사에 야당의원 모두 퇴장
KBS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논의하며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미방위 법안소위는 결국 1시간여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당의원들이 모두 회의장을 떠났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원내대표단에서 거부권행사로 인해 모든 의사일정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대통령이 입법부를 무시하는데 지금 논의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간사인 우상호 의원도 "상정조차 안되던 KBS수신료 인상안을 법안소위에 상정한 것은 적극적인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야당의원들이 제시한 방송 공정성 확보를 위한 법안을 함께 논의하지 않은 채 무조건 인상만을 주장하면 합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민식 법안소위위원장은 퇴장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이제 방송공정성 법안을 논의하려고 하는데 이렇게 퇴장하면 법안을 상정한 의미가 퇴색된다"고 주장했지만 '버스가 떠난 뒤'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모든 의사일정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6월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됐던 통신비 관련 법안의 논의도 불투명해졌다.
국회 관계자는 "당장 내일(26일) 열릴 예정이었던 700㎒ 주파수 용도 결정을 위한 주파수 소위원회 역시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의사일정이 중단되는 만큼 법안 관련 논의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예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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