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도대체 한국은행은 한국경제를 어디로 끌고 가는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디플레이션 긴급 진단 토론회'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야당 의원과 전문가들의 강한 질타가 쏟아졌다. 중산층 붕괴로 내수 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금리인하는 가계부채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한은의 이번 조치는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려 국내 자본유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은의 이번 조치가 한마디로 '악수'였다는 뜻이다.
이날 오전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종전 연 2%에서 1.75%로 내리도록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기준금리는 사상 처음 1%대로 진입했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국면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한 선택이다.
◆기준금리 인하 '무척 위험한 선택'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현재 (디플레이션 우려의 원인인) 소비부진은 국민들이 돈을 빌릴 데가 없는 게 아니라 소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우리 정부가 지난해 8월 이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이후 기준금리까지 인하해 부채주도 성장을 이어가는 듯하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두렵기도 하고 무척 위험해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종규 선임연구원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을 듣고 처음 떠오른 생각이 도대체 한은이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하는 강한 의혹이었다"며 "이대로 계속 금리를 내려도 될지 걱정스럽다"고 거들었다.
그는 "금리인하는 가계부채 증가를 통해 부동산 자산이 증가하고 그 자산효과로 민간소비가 늘 것을 기대하는 정책"이라며 "(부동산 거품기인) 2003년 이후 그런 효과가 사라지기 시작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2009년 이후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금리인하가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아무리 시장에 돈을 풀어도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악성 디플레이션에 대한 정부의 우려도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안동현 교수는 "지난해 정부의 경제성장률 추정치는 3.3%로 3% 후반대인 잠재성장률을 감안하면 아주 나쁜 편은 아니다"라며 "현재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는 진단은 너무 성급한 결론"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은의 이번 조치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가파를 경우 (자본유출에 따른) 상당한 환율 변동성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디플레이션보다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드는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산층 복원 통한 내수회복 '시급'
전문가들은 저성장의 원인으로 중산층 붕괴에 따른 내수 부진을 꼽았다. 중국의 급성장에 따른 한국의 제조업 우위 상실로 수출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내수 소비가 감소한 결과,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꺾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출신인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소득 양극화의 심화로 현재 국내 중위소득이 154만원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가 국내 전체 당기순이익의 37%를 가져가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홍 의원은 "대공황을 낳은 1920년대 후반 미국과 한국의 유사점이 너무 많다"며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을 통해 이들의 지갑을 채워야 하는 일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강태수 선임연구위원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의 재정총지출 대비 사회보장 복지지출이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며 "민간소비를 진작시키는 게 시급한 상황에서 소비성향이 큰 저소득층에게 복지지출이 집중되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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