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전 '빌 게이츠 피살설'과 연이은 '오보소동'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뉴스 조작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들어 신문이나 방송 사이트를 그대로 본떠 허위 뉴스를 유포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유력 매체를 도용한 뉴스는 경우에 따라선 심각한 사회적 파장과 피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4일 발생했던 '빌 게이츠 피살설' 역시 가짜 CNN 사이트를 타고 순식간에 유포됐다. MBC, SBS, YTN 등 방송사들이 앞다퉈 '빌 게이츠 피살' 기사를 내보낸 것도 'CNN발'에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은 때문.
◆ 홍콩괴질- 월드컵 결승 진출 등 해프닝 많아
첫번째 사례.
이달초 '홍콩 전역이 괴질 감염지구로 선포된다'는 사실이 긴급 뉴스로 보도되면서 홍콩 전역이 발칵 뒤집혔다.
그렇지 않아도 괴질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던 홍콩 주민들에게 '괴질 지구 선포'는 청천벽력같은 소식. 삽시간에 이 소식이 퍼져나가면서 슈퍼마켓이 문을 닫고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지는 등 홍콩 전역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외국행 항공권도 완전 매진되고 시내 통화가 마비되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외신들에 따르면 당시 홍콩 경찰서장이 긴급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경찰서장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사재기 행렬을 멈추지 않았다.
이 사건은 홍콩 공립학교 3학년 학생의 장난 때문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다. 14세 소년이 일간지인 명보(明報) 홈페이지 디자인을 도용, 자신의 홈페이지에 '거짓 뉴스'를 띄운 것이 발단이 됐던 것.
국내에서는 작년 6월 전국을 강타했던 '한국 축구팀 월드컵 결승 진출' 보도 해프닝이 비슷한 경우로 꼽힌다.
당시 한국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독일팀이 출국 직전 약물복용 사실이 드러나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하게 확산됐다. 한 라디오 진행자가 이같은 사실을 방송하면서 확산됐던 해프닝 역시 한 네티즌의 장난에서 비롯됐다. 언론 사이트를 모방해 거짓 뉴스를 올린 것이 인터넷과 문자 메시지를 타고 급속하게 퍼진 것.
두 사건 모두 관심이 집중된 사건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재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자들의 관심을 교묘하게 파고들 경우엔 더 큰 해프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망한 닷컴들의 리스트를 올려 놓는 것으로 유명한 퍽드컴퍼니닷컴(fuckedcompany.com)은 지난해 '모기업인 아이디어랩으로부터 1천800만 달러를 유치했다'는 내용의 AP기사를 링크해 놓았다.
하지만 ‘AP스토리’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을 가장한 만우절 장난이었던 것. AP통신 역시 “퍽드컴퍼니닷컴이 링크한 기사는 우리 기사가 아니다”고 밝히면서 서둘러 사건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빌 게이츠 회장 피살설은 지난 2001년에도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를 강타한 바 있다. 당시에도 CNN을 모방한 사이트를 통해 '빌 게이츠 회장이 LA 자선행사에 참석했다가 두 발의 총알의 맞고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바 있다.
특히 맥아더 공원, 성빈센트메디컬센터 등 주요 지명 역시 이번 오보소동과 흡사해 동일 인물의 장난일 가능성도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해커들이 사이트 완전 통제 가능성도
사이트 유용 못지 않게 해킹 가능성 역시 인터넷 언론을 옥죌 수 있는 요소. 실지로 뉴욕타임스, CNN 등의 온라인 사이트는 크고 작은 해킹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998년 9월 '아가씨들을 위한 해킹'으로 알려진 해커그룹에게 유린당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불만을 품은 이들은 메인 페이지에 자신들의 상징물을 올려 놓는 한편, 테크놀러지 칼럼니스트인 존 마코프의 '테이크다운'이란 책을 비난하는 글을 게재했다. CNN, USA투데이 등도 해커들의 공격으로 메인 페이지에 엉뚱한 기사가 실리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문제는 인터넷 언론기관들의 보안 의식이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지난 해에도 아드리안 라모란 21세의 해커에게 유린당한 바 있다.
당시 아드리안 라모는 뉴욕타임스의 사내 인트라넷과 급여 대장, 편집국의 소스 데이터 베이스 등을 관리하는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무력화 시켰다.
해커들의 침입으로 사이트가 다운당하고 메인 페이지에 성조기가 걸리는 수모를 당한 알자지라 역시 비슷한 케이스. 미국인 포로와 전사자를 여과없이 내보낸 데 불만을 품은 미국 해커들이 사이트를 무차별 공격, 알자지라 영어 사이트를 초토화시킨 뒤 성조기를 올려 버린 것. 알 자지라는 아직까지 영어 사이트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해커들이 웹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뚫고 들어와 기사 내용을 날조해버릴 경우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선 빌 게이츠 사망설 못지않은 파장을 불어올 수도 있다.
◆ "편집 메뉴 제어- 소스보기 방지 등 절실"
인터넷신문들은 차별화된 보도와 빠른 뉴스로 무시할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방송 못지 않은 속보와 깊이 있는 뉴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언론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외부 세력에 의한 조작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유명 사이트를 가장한 거짓 뉴스는 당하는 언론사 입장에선 손 쓸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 자사 사이트 디자인을 도용해 거짓 뉴스를 유포하게 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애플리케이션 보안 역시 앞으로 인터넷 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자신들의 서버에 직접 침투해 거짓 뉴스를 올릴 경우엔 공신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경우에 따라선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길환 넷시큐어테크놀러지 기술위원은 "인터넷 매체는 기사를 퍼블리싱하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사를 작성한 다음 편집 메뉴를 제어하거나 소스 보기를 방지하는 것 등을 통해 웹 페이지를 보호하는 것은 인터넷 매체가 독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기본 의무다"라고 지적했다.
21세기 언론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인터넷신문들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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