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휴대폰 문화 그 현장으로 달려가다!
휘몰아치는 가을비 속에서 비행기는 종잇장처럼 흔들렸습니다. 7인의 기자단의 낯에 단풍이 들었지요. 도쿄에 도착해서 일출을 보면서 땅에 발 붙이고 있음을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2박 4일간의 도쿄 취재를 위해 7인의 기자들은 눈 붙일 새도 없이 여장을 풀지도 않은 채 도쿄의 모바일 현장을 급습하기 위해 도쿄 언니, 오빠들의 거리 시부야로 달려갔습니다. 별천지 도쿄의 시작을 알리듯 가을비가 굵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편집장: 아키하바라에서 1층 매대를 차지하던 게 컴퓨터였는데 이제 봐서 알지? 휴대폰이 거의 모든 매장에 나와 있지 않았어.
임: 그런데 휴대폰 모델을 엇비슷해요. 휴대폰 기능이 아니라 콘텐츠가 많아서 그게 오히려 이동통신 선택의 잣대로 쓰이는 거 같아요.
박: 폴더보다는 아직도 바(bar)형 휴대폰을 많이 쓰는 거 같기도 해요.
편집장: 상점에서 진열하고 판매하는 건 폴더가 대부분인데 말이지. 선샤인시티(이케부쿠로에 있는 쇼핑몰)에서 보았듯이. 휴대폰 데코레이션은 어땠어?
박: 취재하는 데 있어서 일단 차이가 났어요. 우리나라는 굉장히 비협조적이거든요.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이 말이죠. 하지만 일본은 긍정적인 편이에요. 산리오샵(헬로키티)에서 데코하는 거 보셨죠? 폰을 맡기는 사람들이 시간이 있다면,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게 매대를 앞에 매장 앞에 내놓았잖아요.
여: 나는 일본 모바일 서비스가 그렇게 새롭지 않았어.
임: 그럼요?
박: 여기도 우리랑 비슷한 거 같아요. KDDI의 au같은 게 TTL같은 거 아닌가요?
임: 근데 거의가 NTT도코모 가입자더라. 게다가 폰이 좋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휴대폰 교체주기가 결코 짧지 않아. CP(콘텐츠제공자)의 최신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은 거 같고.
옥: 그럼에도 무선 인터넷이 유선보다 발달한 이유가 있을까요?
편집장: 지형상의 문제가 유선 ADSL의 보급을 늦추었다고 해.
여: 하지만 너무 느리다던 데......
편집장: 미국은 더 하다고 하더라.
임: 받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비용을 물고 말이죠.
박: 일본 서비스 광고도 아주 일상적인 내용을 담으려는 것 같아요. 일에 지친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애교를 보내는 사진 메일을 보내는 식이죠.
편집장: 그런데 우리는 좀 다르지. 휴대폰에 장착된 카메라가 마치 몰래 카메라인양 취급받기도 하니까.
여: 여기 애들은 머리 모양이 왜 그러냐? 자다가 일어나서 쓱쓱 몇 번 문지르고 나온 애들 같아.
임: 그 머리 할라 하면 한 시간 걸릴 걸. 그런데 그거 보면서 도쿄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문화전파경로가 여전한 것 같았어요.
박: 휴대폰 액세서리도 마찬가지에요.
임: 콘텐츠들도 그런 것 같구. 그나 저나 나는 시부야 스타일이 맘에 들어.
옥: 시부야 스타일은 또 뭐예요?
임: 아, 그거 있잔아.
박: 미니스커트랑 짧은 교복?
임: 스트리트 인터뷰하는 애들 봤죠? 아, 정말.
박: 매달 일본에서 인터뷰할까요?
일동: 우리는 임기자를 웃음으로 동정하였습니다. 빨리 장가를 보내야 하는데 말입죠.
편집장: 그런데 이 추운데 왜 그렇게 애들은 스타킹도 안 신고 맨 살을 드러내놓고 다니는지 몰라.
< ! > 겨울이 와도 일본 학생들은 짧은 반바지와 교복 하의를 입습니다. 위에는 숨막힐 듯 가리고 다녀도 하체는 시원해 보이지요. 이건 유행이 아니라 전통(?)이라 하네요. 추위를 이기는 방법이라 해서 예로부터 그래왔다고 해요.
임: 자판기 천국이라더니 자판기가 별로 없어. 행상도 없고.
< ! > 일본의 거리에서 행상은 불법이라고 합니다. 경찰들이 활보하면서 철저히 단속을 하거든요. 시내에는 어둠이 깔리면 슬슬 나타나기도 한다지만, 우리나라처럼 적극적이지는 않답니다~!
편집장: 시장에서 볼 수 있지. 부스처럼 깨끗하게 행상을 대체해. 그래페 스토어처럼 말야.
< ! > 그래페란 버터와 달걀로 반죽한 밀전병에 생크림과 과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말아먹는 음식의 종류에요. 한 때 우리나라 대학가에 유행했는데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옥: 자판기로만 이루어진 가게도 있다지만, 저도 보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골목마다 음료수랑 담배자판기는 빠지지 않고 서 있던 걸요.
임: 그건 맘에 들더라. 맥도날드에서조차 담배를 필 수 있으니. 흡연에 굉장히 관대하단 말야.
옥: 그런데 미스터리해요. 흡연률은 우리보다 낮고 거리는 우리보다 깨끗하잖아요. 부가 주는 혜택이라고 해야하나? 저는 도쿄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본 세 가지를 꼽아봤어요. 첫 번째가 자전거. 두 번째가 일본 국민가방 루이비통 백, 세 번째가 자판기.
여: 게임기도 많더라. 뽑기 게임에 없는 게 없더만.
임: 그것도 문화 다양성일까요?
편집장: 문화와 경제의 관련성에 있어서 개발도상국인 경우 획일적이지. 일단 발전 우선이니 말야. 경제가 뒷받침되면 문화의 개성을 짙어지기 마련이야. 여유가 생기니까. 한데 지금의 일본 젊은이들의 문화는 7,80년대 뼈빠지게 일한 부모들에게 기생하는 문화지. 부러운 건 우리의 다양성이라는 게 일본에 비하면 너무 그 폭이 좁다는 거야. 휴대폰 액세서리만 봐도 잘 드러나지.
박: 맞아요, 맞아요. 자신이 직접 액세서리 재료를 사서 액세서리를 만드는 식이에요. 무작정 만들어져 나온 상품을 사서 이용하는 게 아니라 말이죠. 리본이든, 버튼이든, 줄이든 스스로 휴대폰 스타일리스트가 될 수 있어요.
편집장: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거겠지?
박: 그뿐만 아니에요. 그것에 대한 소개, 정보서가 가득해요. 사소한 것 하나에도 주변의 뒷받침이 든든해요.

편집장: 실용서의 국가다운 모습이지. 그건 그렇고 일본의 문화는 철저한 개인 취향의 문 기울어 진 것 같아. 가정용 게임기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배경이 아니었을까. 렌털 문화는 문화 콘텐츠 비용-가령 극장에 가려 해도 1,800엔을 치러야 하니까-이 비싸니까, 비디오나 CD,DVD 렌털이 일상화될 수 있었을 거야.
임: 독신자 수가 많은 것도 이유겠구요. 책도 비싸고. 제가 거리를 다니면서 느낀 건 우리나라 애들과는 다르다는 거였어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상당히 존중하고 그에 대한 예의도 깍듯해요.
박: 하긴 여기 와서 제일 많이 한 말이 '스미마센(미안합니다)'였어요. 난 오히려 우리에게 전해지는 일본 사람들의 일상이 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열이면 열 틈만 나면 책을 읽는다는 독서 왕국이라지만, 책 읽는 사람 드물잖아요. 오히려 서울이 더 많을 걸요.
여: 그래도 서점은 많았어. 헌책방도 많고.
임: 주말이라서 독서하는 사람들이 적었을 수도 있어.
박: 차(車)도 별로 없고.
< ! > 도쿄의 도로는 서울에 비해 차선이 적습니다. 그래서 신주쿠나 시부야 같은 곳에서는 복잡해도 얼기설기 섞인 횡단보도를 건너는 맛이 일품이죠.
옥: 유료도로가 많아서 그럴지도 몰라. 도쿄 외곽에서 중심으로 들어오는 데 비용이 얼마더라? 그래서 대부분 모노레일이나 지하철을 타구 말야.
편집장: 주차 문제일 수도 있고 말이지.
임: 그러고 보니 주유소를 거의 못 봤어. 서울처럼 우후죽순 주유소가 서 있지도 않고.근데 지금 몇 시야?
박: 1시 45분.
임: 마사지 받아야 하는데.
일동: 한숨인지 웃음인지를 내뱉고 일단 모임을 정리하기로 하였습니다. 빨리 장가를 보내야겠죠? 룸메이트로서 관찰한 결과 호텔에서 제공하는 마사지는 말 그대로 피로를 풀어주는 마사지였습니다. 색안경을 쓰셨다면 벗으세요.
편집장: 오늘 수고했고, 내일 일정도 빡빡하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도록 하지.
와글와글 모바일 도쿄
나흘간 눈으로 귀로 보고 전해들은 도쿄의 풍경은 간단한 것이 아니었어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전철과 지하철만 이용하고(물론 택시도 좀 이용했습니다), 맥도날드를 급식소 삼아 애용했지요. 사흘동안 사철 날씨를 다 경험했고, 외딴 곳에서 각자 부여받은 임무 완수를 위해 도쿄를 사수하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습니다. 모바일 체험의 배경이 되는 것은 사람들과 부대낄 때 생기는 'feel'이었으니까요.
7인의 기자단이 한 방에 모여 그 짧은 일정을 이야기했습니다.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일치하는 것도 많았고, 각기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있었지요. 일단 말문이 트이니 밤을 새서라도 방담을 이끌어갈 기세였습니다.
일본의 모바일과 모바일을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들(모바일과 무관한 것들도 있었지요. 유난히 짧은 교복이라든지 하는)을 통해 7인의 기자단이 이구동성, 중구난방 '설'을 토하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까닭. 대체 그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옥경원기자 zixzix@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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