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스마트폰 보급률이 80%에 육박할 정도로 보편화되면서 우리의 삶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변화했다.
현재 우리의 일상인 휴대전화를 통한 금융결제와 SNS 활동 등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의 생활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넘어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를 겪은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이에 맞는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치의 본래 역할인 의제설정과 집약, 중개, 동원에서 일정 부분 달라진 모습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정치적 변화의 핵심인 SNS 환경에 적응하려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거대 양당인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SNS 전략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자평도 나왔다.
그러나 SNS의 정치적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어 조만간 우리 정치의 변화는 불가피해보인다. 기존 우리 정치가 이같은 환에 적응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지, 아니면 더 이상 국민적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잃어버리고 재편될지 주목된다.
◆모바일 발달로 '개인' 벗어난 국민, '아랍의 봄' 등 변화 이끌다
인터넷의 등장은 사람들의 소통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양의 정보가 쉽게 생산되고 시공간적 제약을 초월해 유통되면서 그동안 정치에서 수동적인 존재였던 개인이 능동적인 주체로 변화되는 계기를 맞은 것이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SNS로 불특정 다수와 연관을 맺게 되면서 개인은 데스크탑이라는 제약까지 벗어버리게 됐다. 개인이 독립된 미디어로 존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의 매스미디어나 정당 등 이른바 게이트 키퍼 (정보의 유출을 통제하는 사람으로 커뮤니케이션의 관문을 지키는 이)를 우회할 수도 있게 됐다.
물론 SNS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스마트폰과 SNS 자체의 출현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 SNS 환경에서 정치가 행해진 경험 역시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TV와 신문 등 전통적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줄고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는 층이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맺는 SNS의 방식이 직접적인 사회 변화를 이끌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이집트와 리비아의 정권 교체가 일어난 이른바 '아랍의 봄'에서는 죽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통해 발빠르게 전달되면서 국제사회와 내부의 민주화 여론이 확산됐다.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로 급속히 확산된 미국의 2011년 시위 역시 그 촉발에 SNS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 젊은이들이 처음 분노를 표출한 공간도 SNS였고, 시위대는 PC, 노트북, 웹캠, 스마트폰 등을 통해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감도 얻으며 시위가 점점 커졌다.
◆심화된 정치권 불신, 모바일 환경이 정치 바꿀수도
우리의 정치에 SNS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상 2010년 지방선거 부터였다는 것이 학계의 평가다. 당시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북풍이 전통적 매스미디어의 주된 이슈였지만 선거 결과는 야권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SNS를 통해 개인들이 야권의 '무상급식' 등 복지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북풍 이슈가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후 SNS의 이슈 전파력에 주목한 각 정당은 본격적으로 SNS를 통한 이슈 주도권 잡기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안전 대책 미비가 여실히 드러났던 세월호 참사 이후 열린 주요 선거에서 예상과 달리 야권이 패배한 이유는 이른바 카톡 메시지를 통한 이슈 전파력에서 여권이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라는 자평이 야당에 의해 나온 바도 있다.
그러나 SNS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비슷한 정치 성향을 가진 집단끼리의 집단화와 보다 많은 참여로 SNS가 기존 대의정치를 대체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아직은 가능성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변화가 강제될 가능성은 크다. 각 여론조사에서 현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90%에 가까울 정도로 정치권이 국민들의 심각한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세대보다 수평적이고 다가치적인 성향을 보이는 '디지털 세대'가 늘어가면서 보다 유권자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당으로의 구조 변화가 올 수 있다. 우리 정당에서도 새누리당의 '크레이지 파티'나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시도됐던 온라인 정당 등의 실험이 이같은 변화의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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