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농심과 오뚜기가 미국에서 8천700억 원 규모의 집단소송에 휘말릴 조짐이다. 이는 지난 2012년 7월 이들이 출고가를 담합해 부당하게 가격을 인상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1천300억 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점이 요인으로 작용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은 지난 4일 농심과 오뚜기 미국 현지법인을 상대로 현지 대형 마켓 등이 신청한 집단소송이 요건을 갖췄다고 인정했다.
앞서 LA에 있는 한 한인마트는 지난해 7월 22일 국내 라면 4개 업체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 진행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이곳은 국내 라면 업체들의 가격 담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입은 피해액이 2천800억 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집단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미국의 마켓인 플라자컴퍼니와 피코마트 등이다. 이들 외에도 집단소송에 참여 의사를 밝힌 캘리포니아 주 내 식품점과 마트 수는 300여 곳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담당인 윌리엄 오릭 판사는 판결문에서 한국 공정위가 지난 2012년 7월 농심·삼양식품·오뚜기·한국야쿠르트 등 라면제조 4개사에 가격담합 과징금 1천354억원(미화 1억2천300만 달러)을 부과한 사실을 거론하며 집단소송 요건을 갖췄다고 밝혔다.
오릭 판사는 농심과 오뚜기는 미국 판매 법인이 한국 본사의 직접적인 가격통제를 받는다는 점을 들어 집단소송 대상이라고 판시했으나, 삼양식품과 한국야쿠르트는 원고 측이 구체적 담합 증거를 소명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신청을 기각했다. 향후 재판 일정 등은 오는 25일 회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또 원고가 제기한 배상액 규모는 8천7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업계는 이들의 피해가 인정되면 4천억 원 이상의 벌금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법원이 원고 주장을 사실로 가정하고 증거자료를 받아보는 절차인 '모션 투 디스미스(Motion to Dismiss)'가 진행 중인 것"이라며 "집단소송을 100% 승인한 것이 아닌 이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단계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7월 공정위 발표 당시 가격 담합 결정은 국내 시장에만 해당될 뿐 수출품은 대상이 아니라 한 바가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없으며 추후 진행 과정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뚜기 관계자 역시 "집단 소송 승인 전 단계로 파악된다"며 "다음 단계에 맞춰 준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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