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연기자]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기치 아래 모든 사람과 정보를 연결시킨 웹은 앞으로도 더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습니다. 500년 이후에도 웹은 남아있을 겁니다.(하쿰 비움 리, CSS 창시자)"
올해는 웹 탄생 글로벌 25주년, 한국 20주년을 맞는 해다. 웹은 팀 버너스 리가 1989년 모든 데이터를 인터넷에 올리고 서로 연결할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WW) 기술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발전해오며 개인의 삶과 산업의 구조를 바꿨다.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한국 학술 전산망 워크숍(KRNET)에서 웹이 처음 소개됐고, 이듬해인 1994년 KRNET 관계자들이 웹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면서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이를 기념해 17일 서울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한국 웹 20주년 국제 콘퍼런스'가 열렸다. 유료행사임에도 1천300여명이 등록,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한국 인터넷 도입 20년, 웹 변화 두고 고민이 필요한 시기
이날 행사에는 웹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 스크립트를 만든 브렌단 아이크, CSS(인터넷에 이용하는 웹 문서 내 스타일을 미리 저장해 둔 스타일시트) 창시자 하콤 비움 리, 우리나라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카이스트 전길남 명예박사 등이 참석해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전길남 박사는 "20년간 웹이 발전하며 세상을 바꿨고 앞으로는 모바일 기기에 기반한 새로운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플랫폼이 어떻게 변하고 웹 또한 어떻게 변모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5년부터다. '웹 코리아 포럼'이 활성화되면 1995년 436개였던 '.kr' 도메인 수는 이듬해인 1996년에 2천664개로 늘어났고 1999년 20만7천여개, 2000년에는 51만7천여개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인터넷상의 정보 공유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됐고 IT 강국이라는 타이틀도 따라 붙게 된다.
HTML 융합기술포럼 의장은 "인터넷은 초창기에 연구소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웹을 통해 하나의 표준으로 발전해 하나의 산업이 됐고 다양한 기회들이 창출됐다"고 요약했다.
그는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환경은 비표준 기술, 특정 기술에 의존해서 발전이 더뎠고 이를 개선하고자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웹 문서 프로그래밍 언어로 쉽고 개방성이 뛰어나다) 융합기술 포럼도 생겼으며 초대 의장사인 네이버에서는 2010년부터 웹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액티브X를 걷어내고 HTML5를 지원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 구루들 "웹, 모바일과 함께 공동 진화해 나갈 것"
최근 웹은 모바일 세대로 오면서 도전을 받고 있다. 개방과 평등을 기초로 탄생된 웹은 모바일이라는 상대적으로 덜 개방적이고 폐쇄적인 생태계로 편입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팀 버너스 리도 최근 모바일을 중심으로 진지를 구축한 페이스북에 중속되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구글은 자바, CSS와 같은 웹 기반 기술 언어를 대제할 다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쿰 비움 리는 "최근 모바일 기기의 확산은 웹에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며 "구글이나 애플이 등이 제시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에 웹 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독점적인 사업 형태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며, 지난 2005년에 익스플로러로 시장을 지배한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방을 저해하는, 가장 큰 도전과제 였다면 앞으로는 애플과 구글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렌단 아이크는 모바일과 웹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구글이나 애플이나 웹을 버렸다고 볼 수는 없고, 애플 구글이 웹 개방성을 위해서 큰 기여를 해왔다는 것. 아이폰을 보면 웹 기술 언어를 기반으로 한 네이티브위잿도 다양하게 포진하고 있다고도 했다.
브렌단 아이크는 "자바 스크립트 등 웹 기반 프로그래밍 언어는 미토콘드리아와 같아서 모바일 시대에도 없어지지 않고 진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구글의 다트가 자바의 진화를 돕는 것이지 대체할 수는 없고, 플랫폼에 구애를 받지 않는 기술 언어인 HTML5도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에 웹은 모바일과 공동으로 발전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이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고도 말했다. 엑티브X나 익스플로러 기반으로만 웹이 활용되면서 활용 및 발전에서 뒤늦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하고 개방형 웹으로 만들어 나가야 혁신적인 소프트웨어들이 나오게 된다고 조언했다.
하쿰 비움 리는 "한국에는 삼성, LG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 뛰어난 제조사가 많은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뛰어난 메이커들이 나와야 한다"며 "미국 서부 위주로 글로벌 소프트웨어 스탠다드를 이끌어가는 것은 균형을 해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가주길 바란다. 웹도 우연한 기회에 발명됐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이부연기자 b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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