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메일에 대한 대책을 놓고 정보통신부가 옵트 인(Opt in) 방식과 옵트 아웃(Opt out)방식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
옵트 인 방식은 사전에 메일을 받아 보겠다고 허락한 사람에게만 상업용 광고성 메일 전송을 허용하는 제도인데 비해 옵트 아웃방식은 이메일을 보내는 것은 허용하되 받는 사람이 수신을 거부하면 이 후에는 계속 보낼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회에서 한차례 논쟁을 거친 끝에 현재 옵트 아웃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6일 정보통신부 김창곤 정보화기획실장은 "이르면 올 하반기에 옵트 아웃 방식 채택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옵트 아웃 방식을 기초로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오는 6월에 시행되는 만큼 개정안에 대한 효과를 봐서 도입 여부를 최종 검토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개정안의 보완책으로도 스팸메일이 줄어들지 않을 경우 옵트 인 방식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채택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김 실장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정통부 실무진들사이에서 반대의견이 나오고 있는데다 메일전송업체들이나 이메일에 마케팅에 의존도가 높은 소기업들도 반대하고 있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그 문제는 지난해 국회에서 이미 한 번 걸러진 사안으로 지금 옵트 인 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실장님과 장·차관님의 생각에 따라 옵트인 방식 도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여운을 남겼다.
◆'옵트 인'에 대한 찬성론의 근거
무엇보다 쏟아지는 스팸메일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스팸메일을 처리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을뿐만 아니라 시간소비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스팸메일을 서버에 저장하면서 메일 서비스 업체의 서버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곧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 도 지적된다.
실제로 옵트 아웃방식으로 이메일에 '(광고)'나 '(성인광고)'를 표시하게 하고 수신거부 이후에도 스팸메일을 전송할 경우 최고 1천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스팸메일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따라 정통부는 오는 6월부터 쉽게 필터링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광고성 메일 제목에는 반드시 '@'표기를 하고, 수신거부를 할 수 있는 무료 전화번호를 의무적으로 게재토록 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해 놓은 상태다. 또 해당 메일 주소를 획득한 과정도 밝히도록 의무화 했다.
그러나 최근 정통부가 불법 스팸메일을 단속한 결과 764개 업체가 적발되는 등 법의 효력이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함께 스팸메일을 보내는 업체들 중에서도 옵트 인 방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무더기로 쏟아지는 스팸메일 때문에 정상적인 광고 메일의 효과마저 감소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옥(玉) 석(石) 구분이 안된다는 것.
인터넷 마케팅협회 김태윤 회장은 "옵트 인 방식은 이메일 마케팅 업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만 현재의 이메일 환경이 너무 열악해 이를 개선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해 옵트인 방식 채택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현행 옵트 아웃 방식하에서는 스팸메일의 기준이 단지 '다량의 상업적 메시지'로만 규정돼 있어 웹메일서비스 업체나 ISP(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이 자의적으로 차단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면서 "옵트 인 방식이 채택되면 정상적인 이메일은 오히려 보호받고 광고 효과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1.25 인터넷 대란'을 계기로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문화가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옵트인 방식 채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다중이 함께 사용하는 인터넷 망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근절해 나가는 새로운 문화를 정착 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창곤 실장도 "보안패치 설치, 불법 스팸메일 금지, 익명성을 악용한 유해 행위 금지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신인터넷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같은 맥락에서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실명제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옵트 인'에 대한 반대론의 근거
이 메일도 개인의 의사표시인 만큼 법으로 막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사이버 자유권'이 가장 기본적인 논거다. 메일 광고도 합법적인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라 할 수 있으며 보호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옵트 인 방식을 채택할경우 이러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제약받게 된다는 것.
또 동의를 하지 않았다 해도 수신자에게 도움이 되는 메일이 있을 수 있으며 이메일을 통해 상품 혹은 서비스의 필요성을 깨달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또 날마다 신문사이에 끼어 오는 수많은 DM(Direct Mail)은 규제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상의 이메일만 규제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함께 메일마케팅도 하나의 독립 산업분야인데 옵트 인 방식이 채택되면 산업 자체가 설자리를 잃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자사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시킨 후 수신 동의를 받아서 메일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지만 회원 유치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에게 옵트인 방식 방식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해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즉 메일 서버를 해외로 가져가서 불법 스팸메일을 전송할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통부가 스팸메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서버를 해외로 옮기는 사례가 상당 수 있는 것으로 정통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 경우 외화유출이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결국 오는 6월 이후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효과 여부에 따라 옵트 인 방식 채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스팸메일 발송 현황과 그 내용, 이를 받는 소비자들의 행태와 득실 등을 정밀하게 따져본 후 옵트 인이냐 옵트 아웃이냐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 하고 있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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