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우리나라와 함께 쌀 관세화를 유예했던 국가인 필리핀이 쌀 시장 개방을 5년간 한시적으로 면제받게 됐다. 필리핀은 대신 쌀 의무 수입 물량을 대폭 늘리게 됐으며 쌀 이외 개방 요구도 대폭 수용하게 됐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상품무역이사회는 19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회의를 열어 필리핀의 관세화 의무를 오는 2017년 6월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Waiver)키로 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필리핀은 2012년부터 쌀 관세화를 추가 연장하기 위해 WTO와 협의를 추진해 왔고, 올해까지 8차례나 WTO 상품무역이사회에 이 안건을 상정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과 중국, 태국, 인도 등이 필리핀의 제안을 거부해 번번이 협상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이번 협상에서는 필리핀이 쌀 의무수입량을 확대하고, 쌀 이외 품목도 추가로 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해 미국 등이 이를 수용해 의무면제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2017년 6월까지 쌀 관세화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받는 대신, 앞으로 쌀 의무수입량을 현재의 35만톤에서 80만5천톤으로 2.3배 늘리게 된다. 또 쌀 의무수입 관세율을 현행 40%에서 35%로 낮추는 한편, 희망하는 모든 국가에 국별쿼터(3개국 13만8천톤→7개국 75만5천톤)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필리핀은 의무면제가 종료되는 2017년 7월1일부터 쌀을 관세화하고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 5년간 한시적으로 관세화 의무를 면제하는 대신 증량된 쌀 의무수입물량 등 양허사항은 의무면제 기간 동안만 적용키로 했다.
필리핀은 쌀 이외의 관심품목 관세인하 등에 대해 미국, 캐나다, 호주 등과 양자간 합의를 도출했으나 구체적인 합의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쌀 이외의 관심품목에 대해서도 상당히 양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약속된 양허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무면제기간 종료 전에도 즉시 의무면제가 종료되며 관세화를 인하해야 한다. 양허사항이란 WTO 체재 내에서 다른 회원국에 대한 약속을 의미한다.
이번 상품무역이사회의 필리핀 쌀 의무면제 사항은 다음달 24~25일 개최되는 WTO 일반이사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한편 필리핀의 쌀 관세화 추가 유예는 올해 안으로 쌀 시장 개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20년 동안 쌀 관세화를 미룬 우리나라는 이달 중으로 쌀 시장 개방에 대한 정부 입장을 확정하고 오는 9월까지 WTO에 통보해야 한다.
한국의 쌀 의무수입물량은 2005년 20만5천톤이었고, 이후 매년 약 2만톤씩 늘려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에는 40만9천톤까지 수입하게 돼 있다. 이는 국내 쌀 생산량의 10%에 해당한다.
정부는 필리핀처럼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을 추가 연장할 경우 내년 쌀 의무 수입 물량을 대폭 늘려야 하는 데다 농업계의 반발이 심해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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