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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세월호' 보도, 국민신뢰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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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 "5월 말까지 재난보도준칙 마련할 것"

[백나영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침통한 가운데 국내 언론들의 자극적인 보도와 반복되는 오보로 유가족들을 비롯한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방안 토론회'에서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도를 넘은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오보는 사건 초기부터 나왔다. 사건이 발생한 당일인 16일 오전 11시쯤 "학생 324명 교사 10명 전원 구조됐다"는 발표가 나온데 이어 경기 교육청도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됐다고 공식 발표하자,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부의 공식창구에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앞 다퉈 오보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종편의 뉴스특보에서는 구조된 학생에게 앵커가 "한 명의 학생이 사망했다는 걸 혹시 알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는 등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다른 종편의 보도에서는 민간잠수부라고 주장한 한 20대 여성의 인터뷰 내용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 이 여성은 "배 안에서...(실종자들과)대화도 된 잠수부도 있습니다", "(정부 측 관계자가)시간만 대충 때우고 가라고 했다고 합니다" 등 터무니없는 내용을 이야기했다.

이 여성은 거짓으로 민간잠수부를 사칭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결국 언론이 정확한 신원확인을 하지 않은 채 방송을 내보낸 사고로 기록됐다.

지상파 방송에서는 사고 당일 실종자 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1인당 최고 3억5천만원 배상', '여행자보험에서 상해사망 1억원' 등, 실종자 가족의 시선에서 방송해야 할 재난보도의 원칙에 맞지 않는 내용을 방송했다.

일부 통신사에서는 안산 단원고 교실에서 첫 사망자로 밝혀진 학생이 쓰던 책과 노트 등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러한 언론의 자극적이고 부정확한 보도들이 계속되면서,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국내 언론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국내 언론사들의 인터뷰를 거부하고 있으며, 네티즌들 역시 언론들의 도 넘은 보도에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이번 사건으로 언론이 정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선진국에서는 재난보도시 기자의 목소리까지 감안하는 등 약 70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재난보도준칙을 정리하고, 정기적인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언론은 재난보도를 위한 준비가 돼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정필모 보도위원은 "신문윤리 강령이나 방송강령을 준수하기만 했어도 최근 지적받고 있는 재난보도의 문제들을 상당수 해소할 수 있었을 텐데, 잘 지켜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언론이 지나치게 경제적 효율성만 따진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독자·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역시 "언론들의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보도를 보면, 정확성과 균형, 냉정 등의 측면에서 스스로 낙제점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나친 보도 경쟁보다는 언론사끼리 공동 준칙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한국기자협회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언론계가 공동으로 '재난보도 준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언론계와 학계는 5월 말까지 재난보도 준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 보도 문제점 지속되자 실무위원회를 구성, 재난보도 준칙 가이드라인 긴급하게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세월호 참사 보도는 신속함에 앞서 무엇보다 정확해야 한다 ▲피해 관련 통계나 명단 등은 반드시 재난구조기관의 공식 발표에 의거해 보도한다 ▲진도실내체육관, 팽목항, 고려대 안산병원 등 주요 현장에서 취재와 인터뷰는 신중해야 하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 보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생존 학생이나 아동에 대한 취재는 엄격히 제한돼야 한다 ▲언론은 보도된 내용이 오보로 드러나면 신속히 정정보도를 하고 사과해야 한다 ▲언론은 자극적 영상이나 무분별한 사진, 선정적 어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언론은 불확실한 내용에 대한 철저한 검증보도를 통해 유언비어의 발생과 확산을 방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언급하고 있다.

또한 ▲영상취재는 구조활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하며, 공포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근접취재 장면의 보도는 가급적 삼간다 ▲기자는 개인적인 감정이 반영된 즉흥적인 보도나 논평을 자제해야 한다 ▲언론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도록 노력한다는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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