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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애플-노키아 계약 유출' 부담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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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지난 해 10월 인터넷에 공개" 사실 뒤늦게 드러나

[김익현기자]애플과 노키아는 그 동안 법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유출한 삼성을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이 애플과의 소송 과정에서 취득한 라이선스 정보로 노키아를 압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애플이 법원에 삼성 제재를 요청하는 와중에 노키아와 라이선스 문건을 인터넷에 공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오는 31일 시작될 애플과의 2차 특허 소송에서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5일(현지 시간) 애플이 지난 해 10월 노키아와의 라이선스 관련 문건을 법원 소송기록에 공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은 4개월 가량 노출됐다가 지난 2월에야 내려졌다.

삼성은 이 같은 사실을 근거로 자신들을 대리한 퀸 엠마누엘 로펌에 부과한 벌금을 경감해 줄 것을 요청하는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미국 항소법원은 지난 1월 삼성 측에는 정보 유출에 고의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소송 과정에서 삼성을 대리한 퀸 엠마누엘 로펌에 정보 유출 책임을 물어 벌금을 부과했다.

◆지난 해 8월 애플이 문제 제기…2차 소송 연계 움직임도

이번 공방은 지난 해 8월 애플 측이 문제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이 애플과 소송 과정에서 취득한 정보를 다른 업체와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유출했다는 것이 애플 측 주장이다.

애플은 지난 2012년 특허 소송 당시 노키아를 비롯해 에릭슨, 필립스, 샤프와 맺은 라이선스 계약서를 삼성 변호인단에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여기까진 합법적이다. 삼성 입장에서도 애플 요구가 정당한 지 판가름하기 위해선 다른 회사들과 체결한 계약서를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당시 '극비-변호사만 열람 가능'이란 도장을 찍어서 삼성 쪽에 넘겨줬다. 그런데 삼성이 이 문건들을 불법적으로 유출했다는 게 애플 측 주장이다. 삼성은 이 문건을 원본 그대로 FTP 사이트에 올린 뒤 최소한 50여 명의 임직원들이 열람했다고 애플 측이 주장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된 건 노키아와 라이선스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안승호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애플의 계약 내용을 언급한 부분이다.

외신들은 안승호 부사장이 지난 6월4일 노키아 측 지적재산권 담당 임원인 폴 멜린을 만난 자리에서 노키아 측이 애플과 맺은 계약 내용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삼성과 협상했던 노키아 측은 "모든 정보가 유출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과 만난 직후 노키아는 곧바로 애플에 항의를 했다. 그러자 애플이 지난 해 8월 법원에 관련 문건 불법 유출을 이유로 삼성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정보 유출 1심을 맡은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폴 그레월 행정판사는 지난 해 11월 “여러 자료를 조사한 결과 법원 극비 문서 유출 정황이 있는 삼성을 제재하는 것이 정당해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삼성은 항소법원에서 고의 유출 의도가 없었다는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소송 대리인인 퀸 엠마누엘 로펌이 제재를 받으면서 2차 특허 소송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어떤 결정 나오든 삼성 명성은 크게 올라갈 것"

정보 유출 공방은 31일 시작될 삼성과 애플 간 2차 소송에서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았다. 애플 측이 이번 사안을 31일 시작될 2차 소송에 연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애플은 또 지난 달에는 미국 연방무역위원회(ITC)에도 법정 정보를 유출한 삼성에 대해 제재를 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게다가 삼성 입장에선 자신들을 대리하고 있는 퀸 엠마누엘 로펌이 벌금 제재를 받은 부분 역시 신경쓰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런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애플이 지난 해 10월 쟁점이 된 문건을 법원 소송 자료에 버젓이 올려놓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이 문건은 4개월 가량 게재됐다가 최근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는 문건을 5일 오전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제출했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삼성은 이날 법원 제출 문건을 통해 “애플과 노키아가 실수로 정보를 유출한 삼성을 초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와중에 (쟁점이 된) 문건을 (노키아도 알지 못한 상황에)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인터넷에 올린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투명성과 공평성 원칙’에 따라 애플이 그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공개하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삼성은 또 애플이 제출할 추가 정보를 확인한 뒤 제재 요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이 이번 사안을 문제 삼은 것은 퀸 엠마누엘 로펌에 부과된 벌금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법원 역시 삼성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많다고 전망되고 있다.

삼성이 이번 요청에 대한 공판은 오는 4월8일 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어떤 결정이 나오든 삼성과 퀸 엠마누엘 로펌의 명성은 크게 올라가게 됐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삼성이 얻은 소득은 그 뿐만이 아니다. 당장 31일 시작될 2차 특허 소송에서 ‘법정 정보 유출 혐의’를 완전히 털어낼 수 있게 됐다. 애플이 인터넷에 공개할 정도 정보를 갖고 ‘기밀 유출’ 운운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기 때문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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