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한국전력이 추진중인 지능형전력계량기(AMI) 국책 사업이 전력선통신(PLC) 칩 관련 특허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시험 장비 조작과 미호환 불량 부품 사용으로 두 차례나 사업이 연기됐던 이 사업은 특허 문제로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력선통신 칩 제조 업체들과 한전 AMI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4년여 동안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 관련 업체들은 한전이 당초 다른 방식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격서를 만들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전AMI 사업은 총 1조7천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지능형전력망(스마트그리드) 사업이다. 한전은 단계적으로 2016년까지 1천만 가구, 2020년까지 2천194만 가구에 AMI를 보급해 전력 수요가 일시에 몰리는 것을 막고 에너지 소비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한전 AMI 사업 지연 왜?
한전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은 PLC 칩 관련 특허 기술. 해당 특허를 보유한 젤라인사가 특허권을 주장하며 30억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젤라인은 정부의 '중기거점 기술개발 사업'을 통해 에드-훅(Ad-hoc) 네트워크에서 맥 프로토콜의 프레임 송수신 방법으로 PLC를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에는 정부 예산 60억원과 한전 및 한전KDN의 비용이 투입됐다. 개발을 주도한 젤라인은 지난 2005년 6월 정부 과제 마감 직후인 7월에 특허 출원 등록을 마쳤으며 이후 특허권을 획득했다.
문제는 젤라인이 경영 실패로 회사 문을 닫았지만 이 회사 사장이었던 A씨가 PLC 칩 제조사들에게 기술사용료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지난 해 11월 한전 등에 공문을 보내 PLC 칩 기술 관련 특허권을 주장하며 2013년 AMI 200만호 구축 사업에 대한 기술사용료 30억원을 요구했다.
현재 젤라인이라는 회사의 사업자등록은 말소됐지만 부채 등으로 법인은 존속해 있는 상태다.
◆AMI 업계, 사업 지연으로 경영난 토로
젤라인의 주장으로 2013년 AMI 200만호 구축 사업을 낙찰받은 관련 업체들이 난감해졌다. 당초 지난 해에 사업 발주가 됐어야 하지만 특허 문제로 해를 넘겼으며 2월 현재도 언제 사업 발주가 이뤄질지 묘연한 상황이다.
이번 AMI 사업에서 낙찰을 받은 업체는 총 9개사다. 데이터집중장치(DCU) 부문은 한전KDN과 로엔케이, LS산전이 사업권을 따냈으며 PLC모뎀 부문은 로엔케이, 비아이이엠티, 비츠로시스, 케이퍼스, 누리텔레콤이 낙찰받았다. PLC 칩의 경우에는 크레너스와 파워챔프가 각각 선정됐다.
이번 AMI 200만호 구축은 과거 PLC 칩 제조사의 미호환 불량부품 사용과 시험 장비 조작으로 두 차례나 지연됐던 사업으로 업체들은 하루 빨리 투자비 회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전은 업체들 간 협상을 통해 특허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어 사업 낙찰을 받은 기업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특히 업체들은 한전이 만든 규격서대로 관련 제품을 만들어 입찰에 응했지만 역학관계상 한전에 적극적인 문제 해결을 요구하지도 못하며 애를 태우고 있다. 4년여를 끌어온 이번 사업에서 사업 발주가 또 지연될 경우 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협상단을 구성해 A씨와 특허권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A씨가 요구하고 있는 사용료는 칩당 1천500원 씩 산정해 총 30억원이다. 하지만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제품가격의 3~4% 정도가 특허료로 산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며 A씨와 수차례 가격 협상을 벌였다.
AMI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한전 측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업체들이 나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아직은 A씨와의 입장차가 커 협상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전과 한전KDN 측은 젤라인이 주장하는 특허권 확보를 위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허권을 공동 소유로 전환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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