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와이브로(Wibro) 가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벤트까지 벌이며 가입자 유치에 나섰던 통신사들이 이제는 사실상 에그(KT)나 브릿지(SK텔레콤) 등의 변환장치(와이브로→와이파이) 보급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서울 종로·강남역·여의도 인근 이동통신 대리점·판매점 10여곳을 방문취재한 결과 에그나 브릿지 등 변환장치를 보유·판매하는 곳은 KT 대리점 한 곳에 불과했다. 그 곳마저 KT 강남 직영점으로, 다른 곳에서는 와이브로에 가입하려고 해도 접속장치가 없어서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종로에 위치한 통신사 대리점 관계자는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 가입하려면 고객센터에 문의해 와이브로 단말기가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방문해야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며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와이브로 접속장치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와이브로를 이용하려면 에그나 브릿지같은 변환장치를 활용하거나 USB 형태의 와이브로 전용 단말기, 와이브로 칩이 내장된 노트북 등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USB 장치나 와이브로 칩이 내장된 노트북 가입 등은 현장에서 서비스 가입만 받고 있다.
더욱이 방문한 모든 대리점·판매점 직원들은 와이브로를 이용하려면 인터넷에서 가입하라고 권했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면서 변환장치 등을 구입하라는 얘기다.
SK텔레콤 직영점 직원은 "매장에서는 (브릿지도)취급 권한이 없어서 못 판다"며 "인터넷으로 브릿지를 구매하고 가입하라"고 말했다.
그나마 와이브로 예약가입을 받는 종로 KT대리점 직원은 "에그가 일주일에 3~5대가 들어오고 있어 수량이 부족할 때가 있다"며 "지금예약하면 2~3일 뒤에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대체로 대리점과 판매점에서는 와이브로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가입을 원하는 이들조차도 KT와 SK텔레콤이 변환장치 공급을 줄이면서 헛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현상이 말해주듯 지난 7월 이후 와이브로 가입자는 급감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6월까지는 가입자가 104만여명 수준을 유지했지만 7월 103만9천289명, 8월 102만7천121명, 9월 101만1천107명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감소추세라면 12월 집계될 10월말 와이브로 가입자가 100만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입자가 줄고 있지만 KT와 SK텔레콤은 영업전략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와이브로 영업계획을 축소하지 않았다"며 "와이브로 단말기를 모든 매장에서 파는 것은 아니고 일부 매장에서만 파는 것은 이용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와이브로 전체 가입자의 90%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KT 관계자는 "와이브로 경영계획의 변화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의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면 와이브로 사업을 접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는 지난 2012년에 이어 올해에도 4~5월, 9월~10월 사이 와이브로 가입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올해의 경우 9월5일 시작해 10월31일 종료된 와이브로 가입 이벤트는 KT의 인터넷 판매망 '올레샵'을 통해 가입한 경우에 한정했다.

와이브로 유통 채널 중 대리점·판매점을 통한 가입이 70%, 인터넷을 통한 가입이 30%라는 점을 감안하면 와이브로를 인터넷가입으로 한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KT는 그동안의 이벤트 마케팅을 줄이고 '제값받기'를 한다는 취지로 사실상 와이브로사업을 축소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0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와이브로가 아니더라도 제 4이통사업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은 사실상 와이브로 정책의지를 접은 것"이라며 "사업자들은 정부의 정책의지에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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