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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유럽서 '웃고' 미국서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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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유럽 판매량 3.9%↑·美 13.9% ↓…생산차질·경쟁력 약화 등 영향

[정기수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유럽시장과 미국시장에서 상반된 실적을 보였다.

유럽에서는 전체시장 회복세에 힙입어 판매실적이 소폭 증가, 선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주요 경쟁업체들의 판매 증가율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해 남은 기간 판매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올 들어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미국 판매실적의 부진은 노조 파업 여파로 인한 공급차질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여파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인해 4분기 실적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유럽시장에서 전년동기 대비 3.9% 늘어난 7만5천732대를 판매했다. 현대차는 4만1천507대, 기아차는 3만4천225대의 판매실적을 올려 각각 6.5%, 0.9% 증가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달 증가세를 나타낸 이유는 유럽의 신차 수요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유럽연합(EU) 27개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15만9천66대로 전년동월 대비 5.4% 늘었다.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인 폭스바겐그룹이 전년동기 대비 5.8% 늘어난 27만3천673대를 판매했고 르노그룹도 21.8% 증가한 9만3천335대를 기록했다. GM그룹(9만8천620대)과 포드(9만5천303대)도 각각 5.4%, 5% 늘어 3.0% 감소한 PSA(11만6천44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1~5위 상위업체들의 판매실적이 신장했다.

다만 올해 유럽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로 현대차의 1~9월 누적 판매량은 31만6천25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기아차의 1∼9월 누적 판매량은 25만2천205대로 0.5% 증가했다.

반면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미국시장 판매량은 급감, 올 들어 최저치의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기아차는 9월 한달간 미국시장에서 9만3천105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9% 감소한 규모다. 이는 올들어 가장 저조한 판매량으로 전년동기 대비 감소세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도 지난 2009년 8월(15.0%) 이후 4년 1개월 만이다.

전년동기 대비 지난달 판매 감소율이 현대·기아차보다 큰 업체는 볼보(-15.9%)와 미쓰비시(-16.7%) 두 곳뿐. BMW와 포드 등 경쟁사는 오히려 8.3%, 5.7% 등의 성장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5만5천102대를 팔아 전년동기 대비 8% 감소한 실적을 보이며 올 들어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기아차 역시 지난달 3만8천3대를 기록, 21%나 줄어 주요 업체 중 가장 감소폭이 컸다.

이는 미국의 재정적자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급속히 둔화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에 따른 수출물량 차질과 재고부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시장에서 9월 판매분은 7∼8월 한국에서 생산된 물량이다.

게다가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가 현대·기아차의 4분기 판매량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은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16일(현지시각) 부채한도 일시 증액과 임시 예산안에 합의한 데 이어 하원도 합의안을 표결 처리키로 해 이번 셧다운 사태는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0여일간 이어진 미국의 예산전쟁 여파에 따른 소비심리 하락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보고서를 통해 "이번 셧다운으로 미국의 4분기 GDP가 240억달러(25조6천억원) 줄어 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현대차 미국 판매법인은 이달 신차 판매량은 전달에 비해 최대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 여파로 인한 미국내 소비자들의 구매력 약화는 현대·기아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유럽시장에서의 선전도 경쟁업체들의 판매증가세에는 미치지 못해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조 파업 등에 따른 생산력 저하가 해외시장 실적부진의 주요 요인이지만, 최근 연이은 리콜조치 등 브랜드 이미지와 품질 경쟁력 하락세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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