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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잘못돼도 우리가 원금 보장"…동양證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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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말고 일단 서명부터" 거짓약속하며 계열사 투자 유도

[이경은기자] "동양인터내셔널은 잘 모르는 회사라 신뢰가 안 간다고 했더니 '신용등급 AAA인 동양증권을 보고 투자하라'고 하는 거에요. 또 동양증권에 '선지급'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동양인터내셜에 문제가 생겨도 계열사니까 동양증권이 다 보증해 준다'고 원금 보장을 약속한거죠. 이 선지급에 대해 제가 세네 번을 거듭 확인했습니다."(동양 피해자, 직장인 유모 씨)

동양증권이 과장도 모자라 거짓말까지 동원해 그룹 계열사 회사채·CP(기업어음)를 팔아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동양인터내셜에 수천만원을 투자한 유모 씨는 지난 14일 아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가입 당시 상황을 이와 같이 설명했다.

"전세자금을 빼놓은 게 있어서 여유돈이 생겨 안전한 투자처를 찾고 있었어요. 평소 알고 지내던 동양증권 직원한테 적당한 투자 대상이 있는지 전화로 물어봤더니 동양인터내셔널 투자를 권하더라고요."

통화 후 유씨는 해당 상품 가입을 위해 동양증권 지점을 방문했다. 당시 건네 받은 서류는 빈 서류에 가까웠다고 한다. 상품 이름이나 투자위험을 고지하는 내용이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았다는 것.

그는 "전화 상담을 하고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지점을 방문했다"며 "가입 당시 투자위험 등이 상세히 적힌 온전한 서류를 받았다면 절대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걱정말라는 직원의 말을 믿고 빈 서류에 서명했다. 나머지 주소 등 인적사항과 상품 이름 등을 나중에 증권사에서 채워 넣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식으로 불량기업에 투자를 유도당한 이는 유씨만이 아니다.

유씨는 '동양 채권·CP(기업어음) 피해자 모임'에서 만난 다른 여러 피해자들의 증거 자료를 취합해 아이뉴스24에 제공했는데, 다른 이들의 가입 서류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발견됐다.

(사진)

프린트된 부분은 가입한 상품이 '동양레저 전자단기사채(만기 1년 미만의 전자발행 CP)'라는 내역, 그리고 송씨의 주소, 주민번호 등이다.

서류에는 자필로 이름을 쓰고 서명한 부분에 이름이 다시 인쇄돼 있는 부분이 눈에 띈다. 유씨는 "상식적으로 자기 이름이 인쇄돼 있는데 누가 또 이름을 쓰겠느냐"며 "가입자 사인만 받고 나머지 항목을 동양증권이 일괄적으로 프린트해 넣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고객들이 사전에 가입한 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빈 종이'에 사인을 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빈 서류에 서명뿐 아니라, 도장만 먼저 찍게 하고 나중에 이름을 인쇄한 서류, 그리고 동양증권 직원으로 추정되는 타인이 손으로 서류에 기재한 부분도 확인된다(아래 사진 참조).

한편, 유씨는 그에게 투자를 권유한 동양증권 직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할 계획이다.

"동양 사태가 터진 직후, 그 직원을 만나 선지급 제도에 대해 물었더니 '그런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 떼더군요. 나중에 아는 변호사를 만나 자문을 구했더니 '없는 제도를 있다고 말해 상품을 판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고요. 형사소송을 먼저 진행하고 민사소송도 고려해 볼 생각이에요."

지난 13일 기준, 금융감독원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신고 센터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1만4천건을 넘어섰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계열사에 대해 법원의 손해액 판결이 있은 후, 금감원은 분쟁조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경은기자 serius072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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