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 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된 최태원(53.사진) SK(주) 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국내로 전격 송환된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김 전 고문의 증언 없이 선고를 강행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의 구속만기가 사흘밖에 남지 않은 데다, 김 전 고문의 증언을 대신할 수 있는 녹취록을 이미 증거로 채택했기 때문에 증언이 필요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항소심 선고를 단 하루 앞둔 채 이번 항소심의 핵심 증인인 김 전 고문의 국내 송환이 이뤄진 만큼, 변론 재개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6일 재계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날 김 전 고문은 대만 당국에 의해 강제송환 조치됐다.
김 전 고문은 이날 오후 5시 30분께 대만 타오위엔 공항에서 대만정부로부터 강제추방 명령을 받았으며 법무부는 김 전 고문을 체포, 즉각 국내로 송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고문은 오후 8시 20분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하게 된다.
검찰은 곧바로 김 전 고문의 신병을 넘겨받아 조사절차에 착수, 체포시한인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 전 고문은 2008년 10~12월 SK텔레콤과 SK C&C 등 계열사들이 베넥스가 만든 펀드에 투자한 자금 중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450억원을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로부터 송금받은 인물이다.
최근에는 최 회장에게 투자받은 자금을 자신의 회사를 운영하는 데 사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김 전 고문은 1심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으나 항소심에서 최 회장 등의 변론 방향이 바뀌면서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급부상했다.
재판부 역시 항소심 과정에서 "이번 사건을 뒤에 숨어서 기획·연출한 사람은 김원홍 같다"고 언급하는 등 김 전 고문을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해 왔다.
SK 측 역시 김 전 고문의 증언이 최 회장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최근 김 전 고문의 국내 송환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대만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재계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위해 김 전 고문을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김 전 고문의 송환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면 선고를 강행해야 하는 것이 옳지만, 송환이 결정된 마당에 해명할 기회를 충분히 주기 위해서라도 선고를 연기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라며 "김 전 고문의 증언 없이 선고가 이뤄진다면 형평성이 결여된 '반쪽 재판'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전 고문의 송환 시기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장 오는 27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어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채택하기에는 촉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 고문의 국내 송환이 현실화된 만큼, 재판부가 체감하는 부담감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 선고를 연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관측이다.
현재 김 전 고문의 송환 소식에 대한 재판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는 상태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1심 형량보다 높은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월 31일 구속돼 수감 생활만 만 7개월을 넘기고 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최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 417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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