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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웅기] 리니지 사회에 '나이'(NAI)를 넣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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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를 못 보거나 잊어버린 분들을 위한 요약

엔딩 없는 게임 사회에 시간차를 두고 접속·활동하는 게이머들은 게임을 하면서 자신들이 시간적, 신분적 격차라는 벽에 부딛힘을 느끼자 탈출구를 찾아 나섰다. 그들 중 일부는 곧 아이템 획득이란 통로를 찾아냈고 게임 내적(PK, 사기) 외적(해킹, 현피, 사기) 수단 등을 동원하면서 게임 안 밖 질서에 파문을 일으켰다. 급기야 영등위에서는 PK 시스템을 지목하며 18금 결정을 내렸고 게임사는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양측이 타깃으로 삼은 PK 시스템은 게이머간의 시간적, 신분적 격차를 야기한 원인이 아니라 이로 인해 발생된 결과란 점에서 이를 제거하거나 수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못한다. 시간적 격차를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가 계속하여 게임사회 내 압력으로 작용되는 한 아이템 획득을 위한 해킹, 사기 등의 PK 외 다른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템 교환 시스템 자체를 손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아이템 현금거래 유저들은 사용자 계정(캐릭터) 거래라는 다른 탈출구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정 현금거래는 현 시스템 하에서 실명제의 전면도입 없이 막기 힘들며 규제 당사자는 더 이상 메스를 댈 곳을 찾지 못하여 난감한 표정을 짓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외과 수술은 미봉책일 뿐 게임 사회 구조개혁이라는 내과적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게임사 측이 시도한 권선징악 시스템이란 처방은 약효가 별로 없었는데, 그것은 힘의 피라미드 조직 내 게이머간 시간적(신분적) 격차란 것이 게이머의 선악과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권선징악은 개별적으로는 일부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집합적인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나이(NAI) 시스템이란

궁금해온 독자들을 위해 바로 설명에 들어가면, NAI는 '시간'의 문제를 'PK', '선악'이 아닌 '시간' 그 자체로 풀려 하는 해법으로서, 나이(NAI) 시스템은 영등위처럼 게이머의 실제 나이를 기준으로 외부에서 게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가 조종하는 게임 속 캐릭터들에게 나이를 부여하여 내부로부터 게임을 창발, 진화하게 하자는 것이다.

나이(NAI) 시스템은 캐릭터에게 개별적이고 절대적인 나이(예컨대 현실 일주일을 게임 속 1년으로 계산, 게임 속 60세에 이르면 캐릭터 사망하게 하는 등)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Generation) 혹은 동년배(Peer)개념을 통한 집합적이고 상대적인 세대별 나이를 설정하는 것이다.

나이(NAI) 시스템은 게이머간 시간적 절대 격차로 인한 권력의 쏠림 및 정체 현상(아이템/계정거래의 원인)이 불가피한 엔딩 없는 레벨제가 아니라 플레이 시간격차의 상대화를 통한 권력의 배분 및 순환을 촉발시키는 세대별 엔딩제이다.

◆ 인간 사회에 있어 '나이 듦'의 기능

인간은 물론, 동식물, 심지어 박테리아와 같은 '생명'에는 탄생과 죽음이 있고 그 결과 '나이 듦'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나이 듦은 개별 개체 입장에서는 기쁨(아이-->성인)과 슬픔(성인-->노인)의 대상이나 종과 집합적 차원에서는 '시간(변화)'이라는 환경에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적인 적응 노력으로 선택된 양식이라 할 것이다.

나이 듦은 자연스레 그 구성원 내에 권력의 이양을 일으킨다. 나이 듦은 기존의 환경에는 기성세대로 대응하며, 새로운 환경변화에는 새로운 세대를 낳아 이에 대처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컨대 386세대는 정치 환경에 대응하였고, 요즘 20대는 인터넷 환경에 대응한다)

새로운 세대가 기성세대로 자라 그 집단을 리드하는 계층이 되는 배경에는 기성세대의 '나이 듦'이 크게 작용한다. 세대간의 경쟁은 나이 듦이라는 저항 불가능한 속성으로 인하여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주도권을 놓게 치열하게 다투었을 것) 크게 완화되며 각 세대가 처한 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상호 협력의 관계로 발전되어 간다. 인간의 경우 자연적 수명이 늘자 정년제, 명예 퇴직제와 같은 사회적 수명을 만들어 '나이'가 갖는 세대교체의 엔진을 유지하려 한다.

인류의 역사를 인간의 눈이 아닌 외계인의 눈으로 통시적으로 보았을 때, 인간을 가장 많이 죽게 한 것은 전쟁도 아니고 질병도 아니며 바로 '나이 듦'이다. 그러나 전쟁과 질병과 달리 '나이 듦'은 왕과 거지, 미국과 한국, 과거와 현재와 무차별하게 전 인류에게 평등하게 내려진 사형선고라서 불평할 수 없는 것이리라. 아니 오히려 영화 '죽어야 사는 여자'에서처럼 개체가 죽어야 종(인류)이 살아갈 자원이 유지되고 달라진 환경에 새로이 적응할 기회를 부여받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 '올림푸스 동산'만 존재하는 리니지

현재 온라인 게임에는 레벨 업은 있어도 게임 구조 안에 죽음을 가져오는 '나이 듦'은 빠져있다. 온라인 게임의 조상인 1인용 머드게임에서의 구조를 수천의 동시접속 구조에서도 그대로 답습한 것이 그 원인이리라 추측한다. 그리하여 리니지를 비롯한 온라인 게임은 인간 사회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신화 속의 올림푸스 동산이 되어버렸다. 즉 게임 외적인 이유로 인하여 접속을 포기하고 계정을 없애지 않는 한, 게임 내에서는 캐릭터가 죽었다가도 살아나는 영원한 삶을 누리는 그리스의 신과 닮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리스 신보다 불쌍하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줄 대상으로서의 인간세상은 리니지 게이머에게는 없다. 구름 아래 세상은 없고 오로지 올림푸스 동산만 존재하는 그리스 신화를 상상해 보라. 제우스 아래 층층이 위계 질서가 정해진 가운데 그 좁은 동산에서 죽지 못하는 신들끼리 치고 받는 세상을!

제우스가 그러했듯이 초창기 가입한 게이머들은 승승장구하며 99레벨에 올라 동산을 호령한다. 그런데 제우스의 아들의 아들 신이 그러하듯 나중에 가입한 게이머들은 신같이도 않게 그저 막일이나 할뿐이다. 층층이 올라 갈 수 있다고 하나 이미 짜여진 질서는 제우신과도 같이 영원하여 자신이 바꾸기 힘들다. 한편, 이들이 숭배하는 레벨 99의 제우스마저도 기독교의 하나님, 인도의 시바신과 달리 지구를 만들기는커녕 만들어진 올림푸스 안(게임사가 프로그래밍한 게임 시스템 안)에서 만들어진 약한 신이다.

만약 독자라면 이런 후대에 태어난 올림푸스 동산의 신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테세우스나 헤라클레스같은 죽음의 운명을 띤 동산 아래 세상의 영웅을 택하겠는가? 작금의 온라인 게임 사회는 역동하는 인간사가 아니라 이미 에게해 절벽에 화석화되어 버린 다신교의 실패 원인을 답습하고 있다. 한 마디로 신의 능력도 부여받지 못하면서 인간처럼 죽지도 못하게 만든 꼬인 공간이다.

◆ 사회적, 집단적 PK로서 NAI 시스템

게임사 입장에서는 그리고 게임의 질서 상 게임 내에서 많은 시간을 쏟아 부는 게이머가 게임 속에서 합당한 지위를 누리게 하는 것은 정당하게 보인다. 항공기나 백화점 마일리지 포인트 식으로 게이머에게 보상을 하듯이. 하지만 1부에서 논했듯이 온라인 게임의 게이머는 소비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한 고객이 아니라 레벨의 고저와는 다른 차원에서 게임 사회라는 유기체를 만들어 가는 커뮤니티 구성원이다. '나이 듦' 없이 레벨을 올려주기만 하는 것은 개별적 차원에서는 성장처럼 보이나 그 사회는 '자원(몬스터, 아이템)'과 '권력'의 분배에 있어 정체에 빠지게 된다.

한정된 자원과 권력을 놓고 벌어지는 다툼은 (게임 밖 시간은 흐르되 게임 안에서의 세대교체가 부존재하는) 부조화된 사회구조 내에서는 기득권 층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엔딩이 없다는 것은 따라서 1인용 게임이 아닌 사회적 게임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치명적 부작용을 낳게 된다. 게임사가 내놓은 해법은 서버를 늘려 나가는 식으로 여러 개의 올림푸스 동산을 신규로 추가해 넣는 것이었고, 동일 서버내 플레이어들이 찾아낸 해법은 '시간의 교환-계정 및 아이템 거래'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PK였다.

형사정책적으로 범죄는 '사회에서 도려내야 할 절대 악이 아니라 사회 유지 및 발전에 수반된 자연스런 현상'으로서 인간에게 감기와 같이 더 큰 병을 앓지 않게 해주는 일종의 경계 경보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상 짚어 온 바에 따라 필자는 제안한다.

엔딩없이 누적적으로 레벨 업하는 구조는 성장하는 사회가 아니라 정체되어 숨 가빠하는 사회이다. 플레이어간 시간을 놓고 다투는 PK(Player Killing)는 따라서 그런 사회에서 야기된 경계경보다. 이의 해결은 PK를 없애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역발상으로 이를 GK(Generation Killing)로서 승화시켜 게임 사회 구조를 인간 사회답게 구성하는 것이 바로 NAI다.

거창하게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의 사회생물학과 동양 종교의 순환 사고, 네트워크 이론 등으로부터 착상을 빌었다고 하려다가 솔직히 고백하면 '사람은 죽는다' '리니지 캐릭터는 사람의 화신이다' '그런데 소크라테스와 달리 죽지 않는다' ---> 3단 논법상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데서 비롯한 것이다.

3부에서는 게임 사회 속에 장착될 NAI 시스템의 3대 구성요소 ① 세대 교체(Next generation), ② 정치구조(Assembly), ③ 경제구조 (Immune system)에 대하여 그 설명과 응용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온라인 게임을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바라면서...

/윤웅기 군법무관(인터넷법 전문 사이트 www.lovol.net 운영자) cyberla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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