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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노조, 파업 '가결'…생산 멈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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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공동파업 가능성 높아…사측 "파업 돌입 시 해외생산 늘려 대응"

[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 노조와 기아자동차 노조의 파업찬반투표가 가결됐다. 이에 따라 파업 수순이 가속화 될 전망이다.

이날 가결로 양사 노조는 10일간의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기간(19일 종료)을 거쳐 오는 20일부터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본격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경우 심각한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가뜩이나 올 상반기 주말특근 거부로 차질을 빚었던 생산 규모가 하반기에도 타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3~5월 현대차는 주간 2교대제 실시에 따른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이미 8만3천30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1조7천억원 정도의 손실을 입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는 전년동기 대비 0.8% 감소한 17만1천790대였고 수출도 9.5% 줄어든 30만3천100대였다.

다만 당장 전면적인 파업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 여부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지며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상당수 노조원들은 지난 상반기 3개월 간의 주말특근 거부로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또 다시 전면 파업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를 손에 들고 유리한 상황에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파업에 나선다 해도 당장 전면 파업보다는 수위를 조절하는 부분파업에 나서며 사측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오전 8시부터 전체 조합원 4만6천여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으며, 투표자 대비 80.4%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4만537명이 투표해 3만2천595명이 파업에 찬성, 역대 최고 찬성률이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한번도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부결된 사례가 없어 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후 1994년, 2009~2011년 등 4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파업을 벌였다. 누적 생산차질 금액은 13조3천730억원에 달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요구안이 수용하기 힘든 내용인 데다 회사가 차기 교섭에서 일괄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파업수순을 밟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3만498원(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임금 인상을 비롯해 상여금 800% 지급, 성과급 순이익의 30% 지급, 정년 61세 연장 등을 요구해 왔다.

또 1년 이상 근속한 조합원의 전 자녀(기존 3년 이상 근속, 3자녀)에 대해 중, 고,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대학에 못 간 자녀에게는 기술취득 지원금 명목으로 1천만원을 지급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노조 활동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면제 요구, 4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 대해 금 15돈과 상여금 200% 지급, 30년 이상 근속자에 대한 자동차 값 35% 할인 등도 담았다.

노조는 앞서 지난 6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이어 7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했다.

현대차 노조는 14일 서울 양재동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점차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는 방침이다.

기아차 노조도 같은 날 오후 8시 20분까지 전체 조합원 3만3천여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70.7%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다. 재적 조합원 3만486명 중 2만6천393명이 투표(투표율86.6%)에 참가해 2만1천55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기아차는 최근 10년간 2010~2011년 등 2번을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피해가지 못했다. 1991년부터 누적 생산차질이 7조4천775억원에 달한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13만498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월급제 개선, 사내하청 정규직화, 성과급(순이익 30%), 정년연장 등 20여개 항목에 대해 사측에 일괄제시를 요구해 왔다.

지난 6일 사측과의 5차 본교섭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한 기아차 노조는 7일 중앙노동위에 노동쟁의 신청과 파업 찬반투표 등을 거치며 현대차 노조와 보조를 맞춰왔다.

이날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노조는 10일간의 조정 기간을 거쳐 20일부터 합법적인 쟁위행위가 가능해진다. 현대차 노조도 20일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기아차 노조 역시 이날 공동파업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들 노조의 파업이 본격화될 경우 생산차질에 따른 내수 및 해외시장에서 공급물량 감소 등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파업으로 국내 판매와 수출이 각각 30%가량 감소했다. 14만대가량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이로 인한 손실은 2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노조가 전면파업하면 현대차는 하루 7천여대, 기아차는 5천800여대의 생산차질이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약 4조원 가량의 생산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역시 14일부터 파업에 돌입,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14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앞에서 성실교섭 촉구와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사측은 경기불황으로 인한 판매량 급감, 해외 생산 카드 등을 내밀며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어 교섭재개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 요구안에 대한 사측 입장은 기존과 같다"면서 "실무협상은 이어지는 만큼 지속적으로 타협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수입차 공세로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하반기도 낙관할 수 없다"며 "노사간 힘겨루기를 재연하기보다 원만한 조기타결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남은 조정기간 동안 각각 노조 측과 추가 협의를 통해 마지막까지 파업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전날 오는 16일 오후 2시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단체교섭을 재개하자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노조에 발송했다. 하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 들일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만약 노조가 끝까지 파업에 돌입해 생산 차질이 생길 경우 해외 생산으로 물량을 돌린다는 카드를 내밀며 원칙론을 고수한다는 게 현대·기아차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국내 생산라인이 모두 멈추더라도 해외 생산라인을 풀가동해 대처한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는 상반기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인한 생산차질을 해외에서 만회했던 만큼, 최악의 경우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인다고 해도 해외생산을 늘려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생산 차질을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노조 역시 조합원 임금 손실과 사회적 비난을 고려해 당장 전면파업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분파업 등으로 사측을 압박하며 유리하게 협상 타결을 이끌어내는 쪽으로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를 제외하고 한국GM, 쌍용차, 르노삼성 노사는 모두 올해 임단협 협상을 무분규로 마무리했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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