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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화록 정국' 출구전략 모색…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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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민심악화 의식 '민생회귀론' 대두…野 국면전환 시도

[윤미숙기자] 여야가 '대화록 정국' 속 출구전략 모색을 고심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초(史草) 실종 사건으로 끝 모를 정쟁이 이어지면서 정치권이 경기침체 등 민생을 외면한 채 과거사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새누리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에 초점을 맞춰 문재인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친노 세력을 압박하며 공세를 이어왔다. 이로써 상대적으로 불리한 이슈인 국정원 대선·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가리는 효과도 누렸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그러나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앞장서 챙겨야 할 민생 현안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고, 악화된 민심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 이에 당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제 논란을 끝내고 민생을 챙기자"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정의화 의원은 2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우리 정치는 천만가지 민생은 뒤로하고 같잖은 정쟁으로 미로를 헤매면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고 질타했다.

정 의원은 "이제 이쯤에서 정리를 하고 민생을 챙겨야 한다"면서 "골수염으로 다리를 절단해야 될 지경이라도 겉으로는 조그마한 고름 정도 밖에 비치지 않는다. 이렇게 안으로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데 민생을 더 이상 외면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죄악"이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병국 의원도 "지금 정국은 거센 물살에 모두가 휩쓸려 떠내려간 모양새다. 더 이상의 공방이 무슨 실익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원은 전날 경기도 호우 피해 현장 방문 사실을 언급, "현장에서 만난 분들이 상황이 처참한 지경인데 정치권은 공방만 벌이고 있다면서 답답하고 울분 섞인 심경을 토로했다"며 "이제 정치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기준 최고위원은 "민생과 하등의 관계 없는 이 논란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국민들은 이미 지칠대로 지쳐있다"며 "더 이상 논란을 확대해봐야 국민들의 피로감만 커질 뿐이다. 이제 사초 실종에 대한 법적 문제는 검찰 수사에 맡기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소모적인 'NLL 논쟁'을 중단하고 '김한길호(號)'가 표방해 온 '을(乙) 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 "모든 의혹에 대해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의 장에서 진실을 규명하기로 하고 양당은 민생을 살리는 일로 국민 앞에 당당하게 경쟁하자"며 "민주당은 앞으로 국정원 대선개입 국정조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바로세우는 한편 우리 사회 을(乙)들과 민생을 살리는 일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 국정원이 대화록을 전격 공개한 행위와 지난 대선 당시 새누리당이 대화록을 불법 입수해 활용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로써 다소 수세에 몰렸던 대화록 실종 정국에서 주도권 잡기가 수월한 국정원 국정조사로의 국면전환을 꾀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일, 경찰이 이를 축소은폐한 일, 이를 가리고자 국정원이 대화록을 무단 공개한 일, 대선 전 대화록이 새누리당에 불법 유출된 일, 새누리당 선대위 핵심들이 대화록을 선거에 활용한 일들은 모두 이미 사실상 확인된 내용"이라며 "철저한 국정조사로 총체적 국기문란에 대한 전모를 밝히고 국정원을 개혁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문재인 의원이 전날 개인 성명을 통해 "이제 국정원 국정조사에 속력을 내서 국정원의 대선·정치개입, 대화록 유출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이미 NLL을 충분히 활용했다. 그 정도 했으면 NLL 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여야가 이처럼 출구전략을 논하기 시작하면서 극한으로 치달았던 NLL 논쟁은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여야 강경파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론'도 거론되고 있어 출구전략을 둘러싼 각 당 내부의 갈등 소지는 남아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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