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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말고 능력" 대기업 채용문화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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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란 폐지-고졸·지방대 비중도 확산

[박영례기자] 대기업들의 채용문화가 바뀌고 있다. 정형화된 채용 기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 역량을 지닌 숨은 인재를 가려내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어 주목된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기업들이 이른바 '스펙'이라 불리는 학점, 토익점수 등 기존 전형 방식에서 탈피, 구직자의 열정과 도전정신, 전문성, 창의성 등을 비중있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디션 등 '상식 파괴'형 전형 눈길

먼저 서류, 필기시험, 면접이라는 기존 형식을 벗어나 오디션 등 다양한 전형 방식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

SK그룹은 'SK 바이킹 챌린지 예선 오디션' 프로그램을 도입, 구직자가 면접관 앞에서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설명하며 오디션 형식을 통해 취업 기회를 잡는다.

지난 4월 열린 오디션에서는 10만원으로 세계 14개국을 106일 동안 무전여행한 지원자, 자신이 디자인한 시계로 1인 창업에 도전한 지원자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대거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 바이킹형 인재 전형으로 40여 명을 채용한 바 있다.

KT도 올해 '올레 오디션'이라는 새로운 채용 방식을 도입, 지원자가 5분 동안 자유롭게 자기소개를 하고, 이를 통해 선발된 인원에게는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식이다.

서류전형에서 아예 보여주기식 '스펙'을 제외하는 곳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원서류에 사진란과 부모님 주소, 제2외국어 구사능력, 고교 전공 표시란 등을 삭제하고, 얼굴이 가려진 상태에서 모의 면접을 보는 '5분 자기 PR'을 온라인 화상 면접으로 확대했다.

또한 하계 인턴사원 채용 과정인 'H innovator'를 통해 전략지원과 R&D, 디자인 부문별로 전문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재를 뽑기 위해 사전과제 평가 등 실기전형으로만 1차 합격자를 선발했다.

삼성그룹은 어학 점수나 학점 등 이른바 '스펙' 순서대로 지원자를 추려내는 일반 방식과 달리 일정 요건을 갖춘 지원자 모두에게 삼성 직무적성검사인 SSAT에 응시할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에는 120개 시험장에서 총 10만명 이상이 시험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 역시 지난 1995년 처음 시작된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인 'LG 글로벌 챌린저'를 통해서 스펙과 상관없이 대학생들의 해외 탐방보고서 심사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최우수상과 우수상 수상팀에 한해 졸업예정자는 신입사원, 재학생은 인턴사원으로 선발한다.

◆단순 '스펙' 가라, 기업에 '맞춤형 인재'바람

전공에 따른 채용부문간 벽을 허문 융합형 인재채용 확대, 인적성 검사 폐지 등 새로운 시도들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 상반기 공채부터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직무로 특별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도입했다. 기존 공학 배경 중심 선발에서 탈피,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력을 갖춘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자는 취지다.

인문계 전공자를 선발, 6개월 간 심화된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게 한 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채용하는 식이다. 올 상하반기 100명씩 총 200명을 선발할 계획으로 향후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그룹공채에서 '대졸 공채'라는 명칭을 'A-Grade 신입사원 공채'로 변경. 대졸 학력 제한을 아예 폐지했다.

이를 통해 고졸 이상 학력자는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할 수 있고, 입사 이후에도 대졸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된다. 또 각 계열사별 상품 및 마케팅 기획 등을 주제로 한 롯데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수상할 경우, 인턴십 또는 신입사원 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부여한다.

한화그룹은 '변화 3.0'이라는 슬로건 하에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인적성 검사를 폐지했다. 이를 통해 채용 전형기간이 기존 2.5개월에서 1.5개월로 줄고, 지원자의 부담도 덜었다는 평가다.

GS그룹과 같이 계열사별 자체 개발한 서류전형 시스템을 운영중인 경우도 있다.

GS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국사시험을 도입하거나, 또 다른 계열은 아예 자격증, 어학점수 등 이른바 스펙성 요소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는다. 1차 면접시 지원자의 학력을 가린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기도 한다.

두산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서류전형에서 DBS(Doosan Bio data Survey)를 운영하는 경우다. DBS는 지원서 작성 시 온라인으로 체크하는 간단한 설문형태로 구성, 입사지원서에는 별도의 학점기입란 자체가 없는 게 특징.

포스코 역시 인턴 채용에 '탈스펙 전형'을 신설해 학력, 출신교, 학점, 사진 기재란을 삭제했다. 또 도전정신, 창의성, 글로벌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담은 에세이를 제출하는 방식을 운영중이다.

CJ그룹은 서류전형 지원 시 학력 및 사진 등을 제외하고 있으며, 효성그룹도 수험표와 이름을 제외한 학력·출신 지역·전공 등의 정보를 배제한 '블라인드 면접'을 시행하고 있다.

◆특성화고 우대 등 '열린채용'확산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기초기술을 갖춘 우수인재 확보 위해 고졸 기술인재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향후 10년간 마이스터고 2학년생을 대상으로 총 1천여명의 우수인재를 미리 선발, 학비보조 및 단계별 집중교육을 통하여 정규직으로 최종 채용할 방침이다.

또 취약계층을 위해 국가장학생 중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대상으로 별도심사 전형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방대생에 대한 채용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마이스터고⋅특성화고 등과 연계한 '두산반'을 운영중이며 삼성그룹은 '함께 가는 열린채용'을 모토로 3급 신입사원 공채에서 지방대생은 35%, 저소득층은 5%까지 채용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 또 일반 공채 이외에도 3급 고졸공채를 신설하여 고졸자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SK텔레콤에서 시범 실시한 지방대생 채용을 올해는 전 계열사로 확대, 대졸 채용 인원인 4천300여명 중 30% 이상을 지방대생으로 뽑을 계획이다. 향후 장애인과 여성, 저소득층 등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채용도 늘릴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방대⋅전문대 출신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교수 추천, 지방대 현장 순회 채용, 공모전 및 경진대회 출신 실무역량 보유자 우선 채용 등을 도입하고 있다. LG연암학원은 직접 운영하는 연암공업대학에 스마트융합학부를 신설, 졸업자에 대해 전원 취업을 보장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고졸대상 공채와 함께 고등학교 2학년 대상 채용전제형 인턴제도를 도입했고, GS그룹은 전문대학에서 추천한 인원들을 대상으로 산학실습 후 관련 계열사에 채용으로 연계되는 산학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전경련 사회본부 이용우 본부장은 "기업들의 채용문화가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능력중심의 인재 선발로 변화하고 있다"며 "구직자들도 이에 맞춰, 천편일률적 스펙 쌓기보다 자신만의 장점과 열정을 스토리화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전경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 준비 또는 스펙을 쌓기 위해 대학을 4년 만에 정상적으로 졸업하지 못하는 구직자가 전체 59.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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