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부품 분야 협력 관계가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세트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자 애플이 삼성전자를 견제하기 위해 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해오고 있는데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형국이다. 2014년에는 애플이 삼성 부품을 전면 배제할 것이라는 시각까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16일 삼성전자 및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두 회사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들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매출 중 애플 등 5대 주요 매출처의 비중은 약 10%로 나타났다. 지난연말 기준 이들 5대 매출처 비중이 13% 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들어서만 3% 포인트나 하락한 셈.
3월말 현재 삼성전자의 5대 매출처는 애플 외 도이치 텔레콤, 스프린트 넥스텔 등 주요 통신업체와 세계 최대 무선 전문 유통업체인 브라이트스타, 베스트 바이 등이다.
삼성전자가 1분기 휴대폰 등 무선(IM)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만큼 이들 주요 매출처의 비중 하락은 애플 향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부품부문 공급이 줄어든 탓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부문 매출은 8조5천8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11% 줄었고, 영업익은 1조700억원 수준으로 25% 가량 하락했다. 같은기간 PC용 D램가격 상승 등 업황이 개선됐음에도 애플향 AP 등 공급이 줄면서 시스템LSI 부문 실적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삼성전자와 애플간 특허싸움이 가열되면서 한때 애플 향 AP를 전량 공급하는 등 부품에서 맺어온 두 회사의 밀월관계에 균열이 생겨, 서로 비중을 줄이는 등 사실상 결별수순을 밟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에 아이패드용 패널을 공급해온 삼성디스플레이도 사정은 마찬가지. 뉴아이패드 등에 패널을 단독 공급하기도 했던 삼성디스플레이 매출 중 애플 비중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의 매출 비중은 3%에 그쳤다. 지난연말 기준 8%에 달했던 비중이 올들어서 5% 포인트나 하락한 것. 그대신에 같은 기간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은 45%에서 63%로 오히려 급증해 대조를 보였다.
애플이 삼성 패널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에 대한 A6 공급이 중단되는 등 내년부터 AP의 경우 삼성측 물량을 전량 배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며 "패널비중 역시 크게 줄고 있는데다, 차세대 아이패드 등에서는 아예 공급을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각에서는 삼성 측이 오히려 애플에 부품 공급을 줄이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삼성 역시 퀄컴 등 거래업체를 다변화하고 나선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고객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 물량이 줄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지만 전량 배제 등 양측의 '완전 결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차세대 AP나 패널에서 삼성을 배제하기 쉽지는 않다는 것.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도 이같은 물량 축소 등에 대해 "(애플의 삼성 물량 전량 배제를) 단정할 수 없다"며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이 최근 AP를 생산해온 텍사스 오스틴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투자를 재개한 것도 차기 AP 등 관련 물량을 회복할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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