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SK그룹이 6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개별 위원회 위원장 인선을 마무리하면서, '따로 또 같이 3.0' 호(號)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게 됐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앞으로 그룹 내 중요한 의사결정을 산하 6개 위원회의 합의를 통해 내리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법정구속에 따른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고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동안 각 계열사별로 추진해 온 사업은 예정대로 마무리하되, 당분간 새로운 사업의 추진은 가급적 중단하고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그룹 내 안정과 내부 결속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 1일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비상경영 상황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계열사 이사회 중심 책임경영을 안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위원장 인사 역시 안정에 중점을 두고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를 비상경영체제의 전면에 내세운 만큼, 산하 위원장으로 선임된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룹 내 핵심 분야를 맡은 책임자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전략위원회 위원장에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SK텔레콤 대표이사 겸직),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에 구자영 부회장(SK이노베이션 대표 겸직)을 각각 임명했다. 그룹의 두 축인 통신과 정유 분야의 핵심 인물이 그대로 옮겨온 셈이다.
또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에는 그룹 내 대표적인 '홍보맨'으로 평가받는 김영태 SK(주) 사장을,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에는 '인사통'으로 알려진 정철길 사장(SK C&C 대표 겸직)을 각각 선임했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에는 김재열 SK(주) 부회장이 선임돼 기존 부회장단 중에서는 유일하게 남게 됐고,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의장이 6개 위원회 중 핵심인 인재육성위원장을 겸임한다.
수펙스협의회의 산하 각 위원회 위원장을 주요 계열사 대표가 맡도록 한 점도 특징이다. 각 위원회를 이끌 위원장이 대부분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직하게 돼, 그룹의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각 계열사별 현안에 맞는 정책 결정의 도출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다만 새로 출범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앞날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따로 또 같이 3.0' 자체가 최 회장이 만든 경영시스템인 만큼, 설계자 없이 과연 얼마만큼 빨리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안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당장 최 회장의 공백으로 그룹 경영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인수작업과 글로벌 성장동력 육성 등 미래의 대규모 투자계획은 최 회장이 주도해왔던 만큼 난관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SK그룹 관계자는 "해외개발이나 투자의 경우 최 회장의 인지도가 사업 추진에 큰 힘을 발휘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른 인사가 그 일을 대신 맡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는 올해 정기임원 인사(SK하이닉스 제외)를 통해 신규임원 선임 68명을 포함한 총 110명의 임원 승진을 확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규모로 새로운 경영체제하에서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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