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기자에게 불평을 털어놨다. 4개월 전 구매한 울트라북에 이상이 생겨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는데 수리 기사의 답변이 당황스러웠다는 것이다. 기사는 "기기 자체의 문제가 아닌 소프트웨어 충돌로 인해 생긴 문제고 이는 제조사 측의 잘못이 아니어서 무상수리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지인은 철저한 AS를 자랑하는 브랜드여서 믿고 샀는데 배신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과연 PC제조업체들이 말하는 노트북의 AS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싶어 각 제조업체별 노트북 AS정책을 살펴봤다.
외산 브랜드는 물론이고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AS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TG삼보만이 무상보증기간 내 소프트웨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한 번의 무상수리를 제공했다.
삼성과 LG를 비롯한 주요 PC제조사의 AS 정책에는 타사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오류가 발생했을 경우 유상으로 수리가 가능하며, 다른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호환성의 문제가 발생할 시 당 제조업체에 먼저 연락을 취하라고 고지돼 있다.
노트북을 제조업체에서 출고한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추가로 설치한 소프트웨어로 발생한 문제는 소비자의 책임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번들 프로그램 외에 한글이나 백신 프로그램 등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 국내 인터넷 사용 환경 특성상 수많은 액티브X도 설치하게 된다. 출고한 제품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트북의 AS는 '하드웨어 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손안의 PC'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은 어떨까. 태블릿PC와 함께 기존 PC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AS는 이미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 휴대전화의 AS는 기기적 결함이 발생했을 때 부품을 교환하거나 수리하는 수준이었지만 웹과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해야 하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소프트웨어까지 포함한 AS가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AS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동하는 데는 시장의 성장세와 소비자들의 파워도 한몫했다. 현재 3천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스마트폰 시장은 그야말로 '핫'한 분야다. 기기를 구매한 이후에도 매달 통신사에 통신비를 납부해야 하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소비자들의 항의 강도도 크다.
반면 태블릿PC를 제외한 전통적인 노트북은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는 스마트기기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제품이나 서비스에도 수세적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강성 소비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안 되지만 심하게 항의를 하는 강성 소비자에게는 소프트웨어 AS도 진행한다"고 귀띔했다. 목소리가 커야 AS를 받을 수 있다는 말 처럼 들려 입맛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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